파월 "백신 나와도 갈 길 멀어"
손 "시장경색 대비 현금 확보"

게이츠 "과거로 못 돌아가"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 의장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 의장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등이 내년 초까지 미국 경제가 최대 고비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됐지만 보급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데다 최근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하고 있어서다. 또 코로나19를 극복하더라도 과거 경제 구조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파월 의장은 17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 경제단체인 베이에어리어 카운슬 주최로 열린 화상 회의에 참석해 “최상의 경우라도 광범위한 백신 접종은 몇 달 후가 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경기 하강 리스크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사람들이 코로나 통제에 대한 자신감을 잃고 감염 위험이 있는 활동에선 발을 빼고 있다. 갈 길이 멀다”고 했다.

파월 의장은 “화이자 모더나 등 제약회사들의 백신 개발은 좋은 소식이지만 바이러스 확산 속도를 감안할 때 내년 초까지가 문제”라고 우려했다. 미국 경제가 장기적으로 코로나 사태를 완전히 극복하더라도 일부 업종은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란 게 그의 전망이다. 경제 구조 재편에 따른 선별 지원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약속했다.

Fed는 코로나 사태 발생 직후였던 지난 3월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춘 데 이어 이를 2023년까지 유지하겠다고 시사해 왔다. 매달 1200억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자산매입 프로그램도 가동 중이다.

손 회장도 이날 “향후 2~3개월 안에 최악의 상황이 닥칠 수 있다”고 예측했다. 그는 뉴욕타임스 딜북 콘퍼런스에 참석한 자리에서 “올 들어 800억달러어치 자산을 처분했다”며 “시장 경색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는 전 세계 83개 기술 기업에 약 750억달러를 투자한 최대 기술펀드다.

손 회장은 “코로나 백신 개발 소식이 나왔지만 지금 상황에선 어떤 일이든 발생할 수 있다”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역시 리먼브러더스 사태에서 촉발됐다”고 강조했다. 다만 “인공지능(AI) 기업에 투자할 기회가 생긴다면 언제든 공격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했다.

빌 게이츠
MS 창업자

빌 게이츠 MS 창업자

MS 기술고문을 맡고 있는 게이츠도 같은 행사에서 “코로나 시대가 끝나더라도 기업 환경은 결코 과거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모든 비즈니스 관계에서 대면 접촉이 극적으로 감소할 수밖에 없다”며 “출장은 절반 이상, 사무실 근무는 30% 이상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굳이 출장을 가거나 출근하지 않아도 성과를 낼 방법이 많다는 것이다.

미국 내 신규 확진자 수는 이달 들어 하루 10만 명 이상씩 쏟아지고 있다. 연일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이날 누적 기준 확진자는 1169만여 명이다. 캘리포니아 뉴욕 등 10여 개 주(州)에선 부분 경제 봉쇄에 들어갔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는 위축될 조짐이다. 상무부에 따르면 10월 소매판매는 전달 대비 0.3% 증가에 그쳤다. 9월(1.6%)은 물론 월스트리트저널 전망치(0.5%)에도 못 미쳤다. 봉쇄 조치 확대로 향후 소비 심리가 악화할 것이란 우려가 많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