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을 둘러싸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미국, 일본, 유럽 각국 등 선진국들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며 각종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반면 개도국 대다수는 미적거리는 모양새다. 개도국들은 “선진국들이 과거 탄소배출 책임을 개도국에 전가하면서 개도국 발전만 가로막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각 선진국은 대부분 2050년을 탄소중립 목표 시점으로 잡았다. 이를 위해 비싼 재생에너지 사용량을 늘리고 환경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선진국들은 지구 환경 파괴를 막으려면 현재 탄소 배출량이 많은 개도국도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뒤늦게 경제개발에 나선 주요 개도국 반응은 차갑다. 인도와 브라질이 대표적이다. 중국은 그나마 세계 탄소중립 표준 시점 격인 2050년보다 10년 늦춰 206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2017년 기준 온실가스 배출 순위 3위 인도와 6위 브라질은 별다른 움직임 없이 버티고 있다. 인도 에너지자원연구소(TERI)의 토머스 스펜서 연구원은 “부자 나라들이 ‘넷제로’ 목표를 설정했어도 인도가 이를 따라야 할 이유는 없다”며 “인도 입장에선 향후 무역 등 국제 협의에서 협상거리로 쓰기 위해서라도 탄소중립 움직임에 일단 맞서는 게 이득”이라고 말했다.

개도국들은 선진국들의 방침이 ‘경제 사다리 걷어차기’라고 맞서고 있다. 싸고 효율적인 화석연료를 쓰지 못하면 경제발전 속도가 느려져서다. 개도국들은 과거에 선진국이 화석연료를 대거 사용해 경제발전을 이룬 만큼 탄소 누적 배출량이 많은 선진국이 탄소중립 부담을 훨씬 많이 감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양측 간 무역분쟁도 일어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유럽연합(EU)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EU가 야자유 산업이 커지면 야자나무를 심기 위한 삼림 벌채가 심해진다며 야자유 연료 사용을 2030년까지 중단하겠다고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수백 년 전에 역내 삼림을 대거 없앤 유럽이 이 같은 조치를 내놓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라고 맹비난했다. 야자유 주요 생산국인 말레이시아도 “EU의 조치는 동남아시아와 중남미 등 개도국 경제에 대한 차별 조치”라는 내용의 경고 서한을 EU에 보냈다.

이 같은 갈등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더욱 심화되는 양상이다. 블룸버그통신은 “경기 부양과 직결되는 대형 개발 사업이나 운송·물류 활동엔 대규모 탄소 배출이 뒤따른다”며 “그러나 경기 부양이 시급한 세계 각국으로선 이 같은 활동을 줄이기 어렵다”고 보도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