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철강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브라질산 철강의 수입 쿼터 축소를 지시했다.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포고령을 통해 브라질산 철강의 수입량 상한을 낮추라고 명령했다. 쿼터 축소 규모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미국은 그동안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브라질을 비롯한 주요 철강 수출국에 고율 관세를 물리거나, 상한을 두고 수입량을 제한하는 쿼터제를 적용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봉쇄령으로 미국 철강업계가 어려워졌다며 “올해 대다수 국가로부터는 경기 침체에 상응해 철강 수입량이 줄었으나 브라질에서 오는 수입량은 거의 줄지 않았다”고 쿼터 축소 이유를 밝혔다.

이번 쿼터 축소 조치는 올해 말까지 적용될 예정이다. 쿼터에 대한 별도 수정이 없으면 내년부터는 종전 수준으로 복원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브라질이 시장 여건을 고려해 양국 철강 무역에 대한 추가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브라질산 철강 쿼터 축소가 당장 한국 철강산업으로 불똥이 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은 2018년 한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3국의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10%,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결국 직전 3년(2015~2017년) 평균 대비 70%로 수출량을 제한하는 쿼터제를 택해 고율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했다.

한국은 쿼터 범위 내에서 수출이 이뤄지고 있고, 그나마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수출량이 줄어 브라질과 상황이 다르다.

일각에서는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경합주이자 쇠락한 공업지대인 ‘러스트 벨트(북동부 제조업지대)’ 표를 얻기 위해 지시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