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자제품 제조사 샤오미의 주가가 이달에만 60% 넘게 올랐다. 최대 경쟁자인 화웨이가 미국 정부의 제재로 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역대 최고 수준의 2분기 실적을 낸 덕분이다. 다음달에는 샤오미의 항셍지수 편입까지 예정돼 있어 매수세가 집중되고 있다.

28일 홍콩증권거래소에서 샤오미는 장중 전일 대비 11.71% 오른 23.85홍콩달러에 거래됐다. 이날 샤오미는 2018년 7월 13일 홍콩증시 상장 이후 최초로 상장일 종가를 넘겨 최고가를 경신했다.

전문가들은 샤오미 급등의 원인을 경쟁사인 화웨이에서 찾는다. 그동안 샤오미는 화웨이와의 스마트폰 경쟁에서 고전하는 모습을 보이며 꾸준한 실적 개선세에도 주가가 내리막길을 걸었다. 지난해에는 2018년보다 84% 증가한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한때는 주가가 공모가(16.4홍콩달러)의 절반인 8.39홍콩달러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상황을 뒤바꾼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5월 화웨이가 미국의 개인정보를 중국 공산당으로 빼돌린다며 화웨이의 대미 수출 및 미국 반도체 회사들과의 거래를 전면 금지했다.

이달 들어서는 미국산 기술을 사용하는 모든 반도체를 미국 정부의 허가 없이 구매할 수 없도록 했다. 중국 GF증권은 지난해 2억3800만 대였던 화웨이 스마트폰 판매량이 올해는 5000만 대까지 추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샤오미의 반사이익은 실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 2분기에는 시장 전망치를 4.9% 웃도는 535억위안의 매출을 올렸다. 순이익은 45억위안으로, 시장 예상치(24억위안)를 90.4% 웃돌았다. 스마트폰 사업뿐 아니라 핀테크와 전자상거래 등 인터넷 사업이 30%가량 확장됐고, 광고와 게임 사업이 자리잡으면서 단순 하드웨어 제조사에서 하드웨어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연초 이후 급등한 덕분에 9월 7일 항셍지수 편입이 결정되면서 어닝서프라이즈에 따른 매수세 유입이 더욱 강해졌다는 설명이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