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형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두둑한 현금을 무기로 적극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서고 있다.

금융정보회사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알파벳(구글 모회사),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의 5대 IT 기업들은 올 들어 지난 26일까지 총 19건의 M&A 및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2015년 이후 가장 활발한 투자 행보라는 게 파이낸셜타임스의 보도다.

IT 기업들이 활발한 투자에 나서는 것은 두둑이 쌓아놓은 현금과 함께 사업 환경의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미 5대 IT 기업이 갖고 있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총 5600억달러(약 690조원)에 달한다. 이번 위기를 기회로 삼아 글로벌 시장 지배자 지위를 확고히 다지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지적이다.

페이스북은 최근 움직이는 이미지 콘텐츠 기업인 지피를 인수하기로 했다. 인수가격은 4억달러 수준이다. 자체 인스타그램 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다른 플랫폼을 견제하는 효과까지 노렸다는 설명이다. 페이스북은 지난달 인도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의 전자상거래 부문 지분 9.9%를 확보하기 위해 57억달러를 투자했다. 인도 전자결제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려는 포석이다.

아마존은 자율주행 스타트업 죽스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물류비용 절감 목적이다. 애플은 가상현실(VR) 기술 기업 넥스트VR과 머신러닝 부문의 스타트업 인덕티브를 인수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클라우드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통신기술업체 메타스위치 네트웍스를 사들였다. 또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 분야 신생 벤처인 소프토모티브에도 손을 뻗쳤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