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중국 우한 바이러스연구소에서 시작됐다는 미국 정부의 주장에 대해 추측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마이클 라이언 WHO 긴급준비대응 사무차장은 4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열린 화상 언론 브리핑에서 "아직 미국 정부로부터 코로나19 기원에 대한 아무런 증거를 받지 못했다"며 "WHO 관점에서 볼 때 미국 정부의 주장은 추측에 기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언 사무차장은 "WHO는 코로나19 기원에 대한 어떤 증거라도 있다면 기꺼이 받을 것"이라며 "이는 앞으로 공중보건을 위한 정보로서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만약에 코로나19 기원에 대한 데이터와 증거가 있다면 공유 여부와 시기는 미국 정부의 결정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마리아 판케르크호버 WHO 신종질병팀장도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1만5000개 유전자 배열을 확보하고 있다"며 "우리가 확인한 바로는 바이러스가 모두 자연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WHO는 코로나19가 동물에서 사람으로 전이된 경로와 중간 숙주를 찾아내 감염을 방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등은 잇따라 코로나바이러스가 중국 우한에 있는 연구소에서 나왔다는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 등은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WHO는 이날 세계 30여 개국 지도자들이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위해 74억유로(약 9조9000억원)를 약속한 데 환영의 뜻도 밝혔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국제 연대의 강력하고 고무적인 표시"라며 "진정한 성공을 위해서는 안전하고 효과적인 도구를 빨리 개발하는 것뿐만 아니라 얼마나 동등하게 분배할 수 있느냐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세계 30여 개국은 '코로나19 국제적 대응 약속 온라인 회의'에서 코로나19 백신 개발 등을 위해 서로 힘을 모으기로 했다. 이번 회의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영국, 노르웨이, 사우디아라비아, 캐나다, 일본 등이 공동 주최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