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크게 위축됐던 중국 자동차 시장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중국에서 노동절 연휴 기간 관광객 수가 지난해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경제가 코로나19 충격을 딛고 본격적인 회복세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車시장 '기지개'…GM 판매량 14% 증가
지난달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중국 내 판매량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4일 보도했다. GM과 중국 최대 자동차 기업인 상하이자동차의 합작사 상하이GM은 4월 중국에서 11만1155대를 판매했다. 전년 동기 대비 13.6% 늘어난 수치다. GM과 상하이차, 우링차가 합작한 SGMW의 지난달 판매량도 작년 4월보다 13.5% 증가한 12만7000대에 달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올 1분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43.3% 줄어들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개선된 실적이다. GM은 해외 완성차 업체 중 독일 폭스바겐에 이어 중국에서 두 번째로 판매량이 많다. GM 실적을 고려했을 때 폭스바겐의 지난달 판매량도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을 것으로 추산된다.

일본 닛산자동차도 지난달 중국 시장 판매가 작년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닛산의 4월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슷한 수준(12만1000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2월만 해도 중국 현지공장 생산이 차질을 빚으면서 닛산의 중국 내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80.3%, 3월엔 44.9% 각각 감소했다. 중국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모든 업체가 마케팅을 강화하고 딜러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판매량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다른 기업들의 4월 판매량도 3월에 비해 크게 늘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노동절 연휴 기간(5월 1~5일) 관광객 증가 폭도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중국 문화관광부에 따르면 첫날 2319만 명이었던 자국 내 관광객 수는 3일 3094만 명으로 늘었다. 이들이 창출한 관광 수입은 124억4000만위안(약 2조1400억원)에 달했다. 이날 전국 고속도로 차량 통행량은 4591만여 대, 철도 이용객은 470만 명으로 파악됐다.

이로써 1일부터 3일까지 8500만 명이 국내 여행을 했으며 관광 수입은 350억6000만위안(약 6조원)으로 집계됐다. 관광 수입은 지난달 청명절 연휴(4월 4~6일) 때 82억6000만위안보다 네 배 이상, 관광객은 두 배 이상 많은 규모다. 업계에선 연휴가 이틀 남은 점을 감안할 때 이번 노동절 연휴 기간 관광객 수는 1억50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노동절 연휴 4일간 관광객은 1억9500만 명, 관광 수입은 1176억위안을 기록했다.

일각에선 중국의 소비 시장이 빠른 속도로 회복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서 경제활동이 재개되고 있지만 중국인들이 소비를 꺼리고 저축을 늘리는 등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가 지난달 중순 중국 소비자를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0%가 돈을 쓰는 데 매우 신중하겠다고 답한 반면 그렇지 않다는 대답은 13%에 불과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설문조사에서도 예금자의 53%가 저축을 늘릴 계획이라고 답한 반면 소비를 늘리겠다는 응답은 22%에 그쳤다.

지난달부터 중국 내 영업을 재개한 글로벌 기업들의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와 케링 등 명품업체들은 중국인들이 예전 소비 행태를 찾아갈 것으로 보고 있지만, 중국인 소비가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며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신중함은 현대 중국 소비자들한테서 연상되는 특징이 아니다”며 “소비를 꺼리는 양상이 지속될지, 일시적일지는 불분명하다”고 평가했다. 영국의 경제분석 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중국 내 소비가 내년까지는 예전의 성장세를 되찾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박상용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