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브라에르, 보잉 상대 중재 절차 착수…손해배상 소송도 검토

미국 보잉과 브라질 엠브라에르 간의 민간항공기 합작법인 설립 계획이 무산되면서 브라질 정부가 중국과 협상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브라질 경제부와 엠브라에르 경영진이 회사의 미래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나왔으며, 중국의 자본력과 아시아 항공 시장의 잠재력을 고려한 것이라고 브라질 일간 폴랴 지 상파울루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브라질, 보잉-엠브라에르 합작 무산 후 중국과 협력 추진할 듯
경제부와 엠브라에르 경영진이 아직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마련한 것은 아니지만, 보잉과 계약이 깨진 엠브라에르에 중국과의 협력이 상당히 유리한 출구가 될 것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국영 항공기 제조업체 중국상용항공기공사(COMAC)를 통해 항공기 시장에서 경쟁력 강화를 모색하고 있으며 외국의 대형 항공기 제조업체와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브라질, 보잉-엠브라에르 합작 무산 후 중국과 협력 추진할 듯
한편, 보잉은 지난 25일 엠브라에르와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내용의 계약을 파기하기로 했다면서 "엠브라에르는 필요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고 보잉으로서는 계약 파기 권한을 행사한 것"이라고 밝혔다.

보잉은 지난 2018년 말 엠브라에르의 상업용 항공기 부문을 매입하기로 하고 지분인수 협상을 진행했으나 협상 시한인 지난 24일까지 최종 합의를 끌어내지 못했다.

합작법인 자본금은 52억6천만 달러(6조5천억 원)로, 보잉이 지분의 80%인 42억 달러(5조2천억 원)를 부담할 예정이었다.

이에 대해 엠브라에르는 "보잉이 지난 2018년 발표된 파트너십 계약을 부당하게 종료했다"면서 "보잉은 42억 달러를 내지 않으려고 거짓 주장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엠브라에르는 보잉이 부실한 재무 상태와 737 맥스 결함 등 회사 평판에 관련된 문제 때문에 계약을 이행할 의지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엠브라에르는 보잉을 상대로 중재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며, 합작법인 설립 계약 취소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엠브라에르는 보잉·에어버스에 이어 세계 3∼4위권의 항공기 제조회사로 꼽히며, 경전투기 'A-29 슈퍼 투카누(Tucano)'와 대형 군용 수송기 KC-390 등을 생산하면서 방산 분야로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