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이자 빌&멀린다 재단의 이사장인 빌 게이츠(사진)가 12일 한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 국가에 특별 기고문을 보냈다. 게이츠 이사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면 ‘세계적인 공공재’로 분류해 써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와 싸우기 위한 국제사회의 접근 방법’이란 제목의 기고문에서 그는 “코로나19를 종식시킬 유일한 방법은 사람들이 이 바이러스에 면역력을 갖게 하는 것뿐”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가격이 중요한데, 어떤 백신이든 적정한 가격으로 책정해 모두가 접근 가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이츠 이사장은 “세계적인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며 “주요 20개국(G20) 지도자에게 백신을 만들기 위한 연구개발(R&D) 기금에 투자하겠다는 의미있는 약속이 필요한 때”라고 주문했다.

이와 관련해 자신의 재단과 웰컴트러스트재단이 여러 국가와 협력해 출범시킨 감염병혁신연합(CEPI)이 최소 8종류의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이며, 관련 연구원들이 18개월 안에 적어도 백신 한 개는 준비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된다면 역사상 최단기록이 될 것이지만 일정을 맞추기 위해선 투자기금이 중요하다”며 CEPI에 최소 20억달러(약 2조4300억원)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는 “CEPI 외에 세계백신면역연합(GAVI)이 세계보건기구(WHO), 유엔아동기금(UNICEF) 등과 협력해 개발도상국의 백신 공급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GAVI에도 향후 5년간 74억달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게이츠 이사장은 “세계 경제가 침체기인 만큼 수십억달러가 비싸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집단 면역력 구축에 실패해 질병 유행 기간이 더 길어지는 데 따른 비용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또 G20 정상들에게 백신 투자와 가격 책정 외에도 마스크와 장갑, 진단키트 등 관련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촉구했다.

그는 “공중보건의 관점과 의료 수요가 기준이 돼야 한다”며 “각국 정상은 WHO와 협력해 가이드라인을 문서화하고 모두가 이 가이드라인에 동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금은 마스크와 검사 장비의 배분이 단순히 누가 더 높은 금액을 제시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며 “구호 장비 조달이 입찰 전쟁으로 전락한다면 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