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사진)이 엔화표시 채권 발행을 통해 18억달러(약 2조2000억원)를 조달하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현금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한 달여간 채권으로만 4조원 이상을 끌어모은 것으로 추산됐다.

블룸버그통신은 버핏 회장이 이끄는 미국 투자회사 벅셔해서웨이가 10년 만기 엔화표시 채권 발행에 들어갔다고 지난 8일 보도했다. 발행 규모는 1955억엔(약 18억달러)이다. 시장에서는 이 채권의 신용등급이 초우량인 ‘AA’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벅셔해서웨이는 최근 현금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달 10년 만기로 5억달러 규모의 채권을 찍었고, 같은달 에너지 부문 자회사가 10년 만기로 11억달러어치 채권을 발행했다. 지난달부터 채권시장에서만 34억달러를 조달했다.

벅셔해서웨이가 엔화표시 채권 발행에 나서는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 회사는 작년 9월 4300억엔(약 4조8000억원) 규모의 엔화표시 채권을 발행했다. 외국 기업이 발행한 엔화표시 채권 중 최대 규모였다.

블룸버그는 코로나19에 따른 불황에 대비하기 위해 여러 회사가 현금 확보 경쟁에 나서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회사채 발행 금리가 상승하는 등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지긴 했지만 선제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기업 수요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벅셔해서웨이는 이번 엔화표시 채권 발행의 가산금리로 연 1.05%포인트를 제시했는데, 이는 지난해 9월 발행 때의 가산금리(연 0.5%포인트)보다 두 배 이상 높다.

벅셔해서웨이가 엔화표시 채권을 통해 조달하기로 한 자금의 사용처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이 회사는 과거 금융위기 때 적극적인 투자에 나섰지만 최근에는 대규모로 투자한 적이 없어서다. 작년 말 기준 벅셔해서웨이가 보유한 현금은 1280억달러(약 154조원)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