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사진)의 투자회사 벅셔해서웨이, 엔터테인먼트 공룡 디즈니, 글로벌 제약회사 화이자 등 세계 최고의 우량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을 늘리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9일(현지시간)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을 인용해 “전 세계 ‘투자 등급’ 기업들이 이달 들어 발행한 회사채 규모가 2440억달러에 달했다”며 “지난해 9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 2520억달러 이후 최대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이달 말까지 집계하면 작년 9월 기록도 갈아치울 가능성이 있다.

미국 기업들은 이달 들어 1500억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벅셔해서웨이는 지난 4일 10년 만기로 5억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한 데 이어 1주일 뒤에는 벅셔해서웨이의 에너지 부문 자회사도 10년 만기 회사채 11억달러어치를 발행했다. 딜로직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은 지난주에만 730억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해 주간 기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채권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불확실성에 대비해 기업들이 최대한 회사채 시장에서 현금을 끌어모으고 있다”며 “통상 인수합병(M&A)을 앞두고 대규모 자금을 확보하던 과거의 흐름과는 달라진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회사채 금리는 크게 오르고 있지만 기업들은 현금 확보를 최우선으로 여기고 있다. ICE 데이터 서비스에 따르면 미국의 투자 등급 회사채 평균 금리는 연 3.9% 수준까지 치솟았다.

일부 신흥국의 국가 부도 위험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날 보도했다. 영국 경제분석기관 캐피털이코노믹스는 달러화 표시 국채 금리가 미 국채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은 국가 수가 올초 4개국에서 현재 18개국 이상으로 늘었다고 발표했다. 국채 금리 격차가 커지는 것은 국가 부도의 전조로 받아들여진다.

WSJ는 “1997∼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와 2013년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때의 상황이 재연되기 시작했다”며 “당시에도 신흥국은 통화가치 추락으로 외채 상환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전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