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 위축을 막기 위해 36억유로(약 4조8000억원) 규모의 재정을 투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국가 부채 비율이 지금도 과도한 이탈리아의 이번 재정지출 확대가 자칫 유럽 재정위기로 이어져 세계 경기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탈리아 정부는 1일(현지시간) 경기 부양을 위해 36억유로 규모의 긴급 자금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로베르토 구알티에리 이탈리아 경제장관은 “매출이 25% 감소한 기업을 대상으로 세액공제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라며 “보건시스템을 위한 감세와 현금 지원도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부양을 위해선 충격요법이 필요하다”며 “재정지출 확대를 위해 유럽연합(EU)에 승인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EU 집행위원회는 이탈리아의 재정지출 확대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방침이었다. 이탈리아의 국가 부채 비율이 2011년 과도한 부채로 유럽 전역에 재정위기를 확산시켰던 그리스에 버금갈 정도의 위험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는 2018년 말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부채 비율이 134.8%에 달한다. 재정위기를 겪었던 그리스(181.2%)에 이어 EU 회원국 중 두 번째로 높다.

EU 집행위는 그리스보다 경제 규모가 열 배 가까이 큰 이탈리아에서 재정위기가 불거지면 유로존 전체로 위기가 확산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이탈리아의 GDP 규모는 2조838억달러로 그리스(2180억달러)보다 열 배가량 크다.

이탈리아뿐 아니라 프랑스 등 다른 EU 회원국들도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지출을 당초 계획보다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를 막기 위한 재정 투입이 자칫 ‘재정적자 확대→ 유럽 재정위기→글로벌 경기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반복될 우려가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