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장 점유율 1위 배달 앱(응용프로그램) 서비스업체 배달의민족을 독일 딜리버리히어로가 4조8000억원에 사들이기로 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제시한 아시아나항공 인수가(2조원)의 두 배를 훨씬 넘는다. 주가수익비율(PER)로는 224배에 이른다. 코스닥시장 상장사 평균 PER(20배)의 10배를 웃돈다. 그만큼 몸값을 높게 평가받았다는 얘기다.

세계 배달 앱 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하면서 이를 차지하기 위한 인수합병(M&A) 경쟁도 치열하다. M&A가 진행 중인 영국 저스트잇을 두고선 딜리버리히어로의 최대 주주인 내스퍼스와 네덜란드의 배달 앱 테이크어웨이가 앞다퉈 인수가를 높여 부르고 있다.


배달 앱 시장 2030년 3600억달러

배달 앱 업체의 몸값이 뛰는 첫 번째 이유는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달 앱 시장 규모는 기준에 따라 다소 다르게 추정되지만 두 자릿수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보인다는 공통점이 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프로스트앤드설리번은 작년 820억달러(약 95조원) 규모였던 세계 온라인 음식배달 시장이 2025년 두 배가 넘는 2000억달러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18년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이 14%에 이른다.

스위스 금융그룹 UBS는 세계 음식배달 시장이 작년 350억달러에서 2030년 3600억달러로, 10배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2015~2018년 온라인 배달 시장의 평균 성장률이 25%, 2018~2020년 14.9%에 달할 것으로 봤다.

배달 앱 시장이 커지는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1인 가구가 증가함에 따라 배달 시장 자체가 커지는 것이 첫 번째다. 스마트폰에 친숙한 젊은세대가 전화 주문보다 주로 앱으로 음식을 주문하는 게 두 번째 이유다.

성장성이 높은 만큼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하다. 출혈경쟁도 서슴지 않는다. 수익을 따지기보다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는 게 우선이기 때문이다. 대다수 배달 앱 서비스 업체가 이익이 얼마 남지 않더라도 손님을 확보하기 위해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쏟아붓는다. 이를 부담하지 못하는 업체는 살아남지 못한다.
몸값 치솟는 배달 앱…2000억弗 시장 '글로벌 M&A 전쟁'
세계 1위 앱은 中메이퇀

주문액 기준 세계 최대 배달 앱 업체는 중국 메이퇀이다. 이 회사의 작년 주문액은 400억달러로 집계됐다. 2위인 미국 우버이츠의 주문액(74억달러)을 크게 웃돈다. 3위는 영국을 기반으로 유럽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저스트잇(52억달러)이다. 이어 동남아시아, 한국, 중남미 등에서 선전하고 있는 독일 딜리버리히어로가 주문액 50억달러로 4위를 차지했다.

메이퇀은 규모의 경제 효과를 거두면서 수익성 악화에서 벗어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회사는 2015년 설립 후 처음으로 지난 2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3분기에도 흑자를 이어갔다. 이 회사는 지난해 9월 홍콩 증시에 상장한 이후 주가가 40% 이상 올랐다.

나머지 업체의 순위 경쟁은 여전히 치열하다. 특히 유럽과 북미지역에선 순위가 엎치락뒤치락하다 보니 M&A 시장의 열기도 뜨겁다. 올해는 영국 저스트잇이라는 대어가 M&A 시장에 매물로 나오면서 인수전이 가열되고 있다.

먼저 네덜란드 테이크어웨이가 저스트잇을 인수해 우버이츠를 따돌리겠다고 선전 포고했다. 저스트잇은 유럽, 캐나다, 호주 등 대부분 시장에서 우버이츠와 경쟁하고 있다. 저스트잇과 테이크어웨이의 연내 합병이 점쳐지던 가운데 남아공 투자회사인 내스퍼스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내스퍼스는 4위 업체 딜리버리히어로의 최대 주주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내스퍼스가 이달에만 두 번 저스트잇 인수가를 높였다고 지난 20일 전했다. 마지막 제안가는 주당 8파운드로, 기존 테이크어웨이 제시가보다 10% 높다. 저스트잇 기업가치는 55억파운드(약 8조3300억원)로 평가했다. 이에 테이크어웨이는 인수가를 이보다 15% 높여 주당 9.16파운드를 제시했다. 인수전은 계속 진행 중이다.

투자업계 큰손들, 배달 앱 ‘눈독’

배달 앱 M&A 시장 뒤편에는 투자업계의 ‘큰손’들이 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비전펀드가 대표적이다. 비전펀드는 우버의 자회사인 우버이츠와 한국의 쿠팡이츠에 투자했다. 소프트뱅크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기반 주문 앱 도어대시와 피자주문 배달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줌에도 각각 2억5000만달러, 3억7500만달러를 투자했다. 손 회장의 지원을 받은 앱 서비스 업체들은 쿠폰 발행, 점주 포섭 등에 비용을 투자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아프리카의 소프트뱅크’라 불리는 투자회사 내스퍼스도 배달 앱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내스퍼스는 중국 인터넷기업 텐센트의 초기 투자사이자 최대 주주로 유명하다. 내스퍼스는 딜리버리히어로, 메이퇀, 푸드판다 등의 주요 주주다. 내스퍼스와 텐센트 등은 지난해 인도 최대 음식배달 스타트업 스위기에도 10억달러를 투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