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바젤에 본사를 둔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가 직원 수가 62명인 미국 바이오제약사 더 메디신스 컴퍼니를 97억달러(약 11조4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혀 주목받고 있다. 노바티스는 이번 인수를 통해 수익성이 높은 심장병 치료제 시장에서 사업을 크게 확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직원 62명' 美 바이오업체 11.4조원에 팔린 까닭은
2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노바티스는 최근 심장병의 주요 원인인 콜레스테롤 치료제 등을 개발하는 메디신스를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미국 뉴저지주에 본사를 둔 메디신스는 연간 두 번의 주사로 나쁜 콜레스테롤인 저밀도지단백(LDL)의 혈중 수치를 낮추는 신약 ‘인클리시란’을 최근 개발했다.

기존에 매일 먹어야 하는 ‘스타틴’(혈관 내 콜레스테롤 억제제)에 비해 편의성을 크게 높인 게 특징이다. 인클리시란은 관련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는 ‘RNA(리보핵산) 간섭’ 방법을 통해 혈중 LDL 수치를 떨어뜨린다.

메디신스는 인클리시란이 콜레스테롤 수치를 최대 58% 낮추는 효과가 입증됐다고 밝혔다. 연말까지 미국에서, 내년 1분기에는 유럽에서 이 신약의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나스닥 상장사인 메디신스는 올초 주가가 20달러 수준이었으나 최근 80달러 이상에 거래되고 있다.

노바티스는 메디신스 인수로 심장병 치료제 개발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FT는 “심장병은 세계적으로 가장 큰 사망 원인이고, 중국 인도 등 인구대국에서 발병이 늘고 있다”며 “제약사들에 큰 기회가 될 수 있는 시장”이라고 전했다. 노바티스는 심부전 치료제인 ‘엔트레스토’를 선보이는 등 심장병 관련 시장의 투자를 늘리고 있다. 엔트레스토는 출시 초기 시장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올 3분기 매출 4억3000만달러를 기록하는 등 빠르게 판매량이 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가총액 2000억달러 규모인 노바티스가 메디신스 인수로 이익률이 높은 심장병 치료제 시장에서 발을 넓히려는 전략”이라며 “메디신스의 콜레스테롤 치료제와 노바티스의 약을 함께 파는 방식으로 매출을 늘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WSJ는 글로벌 제약산업 분석업체인 이밸류에이트파마를 인용해 “세계 콜레스테롤 치료제 시장은 매년 11%씩 성장하고 있다”며 “2024년에는 시장 규모가 177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