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정부가 지난 15일부터 번진 반(反)정부 시위를 강경 진압하고 나섰다. 이란 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이번 시위를 주도하는 이들이 외국의 사주를 받은 폭도들이라고 잇따라 주장했다.

18일(현지시간) 알자지라에 따르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전날 “무정부주의와 폭동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시민들이 정책에 반대할 수는 있으나 폭동을 일으켜 국가 안보에 문제를 일으켜선 안된다”고 말했다.

이란에선 지난 15일부터 수도 테헤란과 이스파한 등 주요 도시 10여 곳에서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시위대는 테헤란을 지나는 주요 도로에 차량을 세워 길목을 점거하고 정부를 비판하는 구호를 외쳤다. 일부는 공공시설을 훼손하기도 했다. 16일엔 시위대하 케르만샤 지역 경찰서를 공격해 경찰관 한 명이 사망했다.

이란 정보부는 15~16일 이틀간 시위대의 방화로 이란 전역에서 은행 100곳과 상점 57곳이 소실됐다고 17일 발표했다. 정보부에 따르면 이번 시위엔 약 8만7400명이 참여했다. 시위를 구경하는 이들까지 포함한 수치라는 설명이다. 알자지라는 정부가 지중 약 1000여명을 폭력행위와 시위 선동 혐의 등으로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이란 정부는 시위를 막기 위해 지난 16일 밤부터 테헤란 등에서 인터넷 통신을 전면 차단하기도 했다.

이란 고위 관계자들은 잇따라 이번 시위를 폭동이라고 주장했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17일 국영방송을 통해 “사보타주와 방화를 일삼는 폭도들은 이란 국민이 아니다”라며 “이란의 이슬람혁명을 반대하는 이란 적들이 이들을 도와 이란 안보를 침해하고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란 최고지도자는 이슬람법학자 중에서 선출되는 이란의 국가 원수다.

이란 경찰청도 “적국의 사주를 받은 몇몇이 이란의 안보를 불안케 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알리 샴커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도 이날 의회를 방문해 “확보된 문건에 따르면 이란 체제에 반대하는 인사들이 시위를 지원했다”고 말했다.

이란 시위는 지난 15일 이란 정부가 휘발유 가격을 약 50원 올리면서 촉발됐다. 이란 정부는 지난 14일 자정 빈공층 대상 휘발유 보조금을 삭감하기로 결정해 15일부터 휘발류 가격이 1ℓ당 1만 리알(약 100원)에서 1만5000리알(약 150원)로 사실상 올랐다. 이란 정부는 휘발유 구매 상한량을 한달 60ℓ로 제한하기도 했다. 제한량을 넘기면 약 200% 인상된 가격(1ℓ당 3만 리알)에 휘발유를 사야 한다.

휘발유 가격은 여전히 세계 최저 수준이지만 이란 서민들에겐 치명적 조치라는 평이다. 미국의 대(對)이란 경제제재 등으로 국가 경제가 파탄나 서민들이 무허가 택시 등을 운영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어서다. 알자지라는 “이란은 이미 올해 경제 성장률이 -9.5%”라며 “정부의 이번 결정이 많은 이들에게 생활고 걱정을 가중시켰다”고 지적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