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사진)이 민주당 대선후보들에게 과도한 선명성 경쟁을 지양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대선후보 경선 구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언급을 내놓은 것은 이례적이다. 중도 성향 유권자를 잡지 못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공화당)을 꺾기 어렵다는 우려가 반영된 발언이라는 평가다.

1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전날 워싱턴DC에서 열린 ‘민주주의 동맹’ 연례만찬에서 “일부 (민주당 대선) 후보가 건강보험과 이민 등 이슈에서 서로 더 진보적인 정책을 내놓으려 경쟁하고 있다”며 “이런 경쟁은 대중의 여론과 동떨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주의 동맹은 민주당에 매년 수십만달러를 기부하는 수백 명의 지지자로 구성된 모임이다. NYT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이번에 내놓은 충고는 민주당 주력 지지층의 의견을 상당 부분 반영한 것으로 분석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평범한 미국인은 기존 시스템을 완전히 허물어뜨리고 개조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급진 좌파적 정책 기조로는 중도 진보층 및 무당파, 나아가 중도 보수파까지 아우르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NYT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특정 후보를 거명하지는 않았으나 선명성을 앞세운 엘리자베스 워런과 버니 샌더스 두 상원의원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워런과 샌더스 의원은 불법 이민의 합법화 같은 과감하고 구조적인 체제 변화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특히 워런 의원은 민주당 경선에선 유력 주자로 떠올랐지만 대선 본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항해 중도층을 흡수하기에는 역부족이란 평가가 나온다. 지금처럼 선명성 경쟁이 과열된다면 내년 대선에서 승리하기 어렵다는 위기 의식이 민주당 내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