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반정부·반부패 시위 나흘째…내각 총사퇴 요구
레바논에서 정치권의 만성적인 부패 청산과 실업난 해결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20일(현지시간)에도 수도 베이루트를 중심으로 이어졌다.

레바논의 반정부, 반부패 시위는 17일 이후 나흘째다.

전날 노동부 장관을 포함해 장관급 인사 4명이 내각과 군부에서 사퇴한다고 발표했지만 시위 규모는 수그러들지 않는 양상이다.

시위대는 부패와 민생고에 책임을 지고 사드 하리리 내각의 총사퇴를 요구했다.

이번 시위는 17일 정부가 내년부터 왓츠앱 등 레바논 국민이 많이 쓰는 메신저 프로그램에 하루 20센트의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촉발됐다.

민생고에 시달리며 응축됐던 레바논 국민의 불만이 이 세금 부과를 도화선으로 한꺼번에 폭발한 것이다.

정부는 즉시 이를 번복했지만 시위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18일에는 경찰이 물대포와 최루가스를 발포해 부상자가 나고 70여명이 체포됐으나 야간까지 시위가 이어졌다.

최근 레바논은 대규모 부채와 통화가치 하락, 높은 실업률 등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했다.

레바논 정부는 세계은행(WB)과 국제통화기금(IMF) 등에서 구제 자금을 받은 대가로 긴축 압박을 받고 있다.

레바논의 국가 부채는 860억 달러(약 103조원)로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150%나 되며 35세 미만 청년층의 실업률은 약 37%나 될 정도로 심각하다.

종파, 종족이 뒤섞인 레바논의 통치 체계는 세력 간 균형을 예민하게 고려한 권력안배주의(Confessionalism)를 원칙으로 해 '하이브리드 정권'이라고 별칭이 붙었을 만큼 독특하다.

4년 만에 한 번씩 직접 선거로 의회가 구성되고, 의회는 6년 단임의 대통령을 선출한다.

대통령과 연정을 통해 의회의 다수를 차지하는 정파는 협의를 통해 실권자인 총리를 임명한다.

단, 종파간 세력 균형을 위해 대통령은 마론파 기독교, 총리는 이슬람 수니파, 의회 의장은 이슬람 시아파 출신이 각각 맡는다.

명목상 대통령제이지만 실권은 총리가 쥐는 내각제에 가깝다.

정부 구성권을 보유한 의회는 기독교(마론파, 아르메니아 정교, 그리스 정교)와 이슬람이 절반씩 차지한다.

하리리 현 총리는 수니파 출신으로 사우디에 우호적이어서 종종 연립정부를 구성한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긴장을 빚곤 한다.

현 내각은 마론파 기독교와 헤즈볼라를 축으로 한 친시리아·반이스라엘 성향의 수니파 정파가 연립해 구성됐다.

레바논 반정부·반부패 시위 나흘째…내각 총사퇴 요구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