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구제금융에서 벗어난 그리스가 마이너스 금리로 국채를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지속적 완화 정책으로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전역으로 마이너스 금리가 퍼진 영향이다.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그리스는 4억8750만유로(약 6394억원) 규모의 3개월물 국채를 연 -0.02% 수익률로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8월 7일 3개월 만기 국채를 연 0.095%에 찍은 데 이은 것이다.

ECB가 주요 정책금리를 모두 마이너스 영역으로 떨어뜨린 영향을 받았다. 독일은 이미 만기에 관계없이 모든 국채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나타내는 등 유로존 국채의 3분의 2가량이 마이너스권에서 거래되고 있다. WSJ는 “독일을 필두로 스위스 이탈리아 등 유로존 전반으로 채권 수익률 하락이 번지면서 채권 투자자들이 마이너스 금리를 감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2009~2012년 심각한 재정위기에 처했던 그리스는 지난 8년간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연합(EU) 회원국들로부터 289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받았다. 한때 연 -9%까지 곤두박질쳤던 경제성장률이 연 2%대로 개선되면서 작년 8월 구제금융 체제를 벗어났다. 그러나 여전히 공공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73.3%에 달하는 등 위험 요인이 남아 있다는 평가다. 그리스와 재정위기를 함께 겪은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이미 마이너스 금리 국채를 찍어내고 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