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의 신임 에너지 장관인 압둘아지즈 빈 살만 왕자가 감산 정책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기업공개(IPO)를 앞둔 사우디가 유가 상승을 위해 추가 감산을 시도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빈 살만 장관은 9일(현지시간) 아부다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유국들은 모두에 이익이 되는 안정적 유가를 원한다”며 석유수출국기구(OPEC) 주도의 하루 120만 배럴 감산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사우디는 책임 있는 산유국 역할을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빈 살만 장관은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의 넷째 아들로 1980년대부터 석유업계에서 일해왔다. 그는 지난해 OPEC 주도의 감산 합의 과정에서도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빈 살만 장관이 감산 유지 입장을 밝히면서 이날 국제 유가는 급등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텍사스원유(WTI) 10월물은 배럴당 1.33달러(2.4%) 상승한 57.85달러를 기록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12월물은 1.05달러(1.7%) 오른 62.59달러에 마감했다. FT는 “시장에선 빈 살만 장관이 추가 감산 등을 통해 유가 인상을 시도할 수 있을 것으로 추측한다”고 보도했다. 사우디가 예산 균형을 맞추려면 국제 유가가 배럴당 70~80달러에 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사우디가 목표한 아람코의 기업 가치 2조달러를 인정받으려면 유가가 지금보다 높아야 한다. 밥 라이언 BCA리서치 수석 전략가는 FT에 “사우디는 적어도 70달러 이상의 유가를 원한다”고 말했다. 빈 살만 장관은 “기존 정책의 급진적 변화는 없을 것이지만, 앞으로 정책 변화를 배제하진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주 주요 OPEC 회원국 및 러시아 등의 에너지 관료들과 회동할 예정이다.

빈 살만 장관은 아람코에 대해 “가능한 한 신속히 상장시키겠다”고 했다. 로이터통신은 사우디가 당초 목표였던 IPO를 통해 아람코 지분 5% 매각에 앞서 올해 말까지 지분 1%를 리야드 증시에 먼저 상장하고, 내년에 1%를 추가 상장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