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30일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에서 나오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30일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에서 나오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국을 깔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린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일본 총리에게 한국 정부를 이처럼 원색적으로 비하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26일 극우 성향의 산케이신문은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에게 “한국의 태도는 심하다. 한국은 현명하지 않다. 김정은은 한국을 깔보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은 문재인 대통령을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도 언급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G7정상회의 첫날인 24일(현지시간) 밤에 진행된 외교·안전 보장 토론자리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산케이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정세에 대한 논의가 끝난 뒤 돌연 아베 총리를 쳐다보며 이같이 말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아베 총리는 한국에 대한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채 미소만 지었다”고 보도했다.

산케이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한국을 비판한 구체적인 이유를 들지는 않았다. 다만 신문은 미국의 거듭된 요청에도 한국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파기한 것 등이 원색적인 비난 발언의 배경이 됐을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에게 정말로 이 같은 발언을 했을지는 분명하지 않다. G7정상들이 모두 있는 자리에서 사용하기엔 너무나 저속한 표현이기 때문이다. 산케이신문이 발언 배경으로 지목한 이유들도 일본 측 시각이 짙게 반영돼 있을 뿐 미국 정부의 입장이라고 보기 힘든 면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백악관을 떠나기 전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은 나의 매우 좋은 친구다. 한국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고 말한 바 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