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1975년 창설 후 44년 만에 처음으로 공동선언문 채택이 무산된 채 종료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나머지 G6 국가 정상들이 글로벌 무역전쟁과 이란 핵합의 협상, 러시아의 G7 복귀 등 각종 현안에서 의견 차이를 드러내며 마찰을 빚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운 자국 우선주의가 전통적 우방 국가 간의 갈등과 분열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역전쟁 놓고 이견

프랑스 휴양도시 비아리츠에서 지난 24~26일 진행된 G7 정상회의 내내 정상들 간 갈등이 곳곳에서 표출됐다. 대표적으로 무역전쟁에 대한 이견이 컸다. 이번 G7 정상회의 의장국인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최우선 목표로 무역전쟁 완화를 내걸었다.

그러나 정상회의 첫날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 마크롱 대통령 간 예정에 없던 ‘깜짝 오찬’에서부터 큰 간극이 드러났다. 마크롱 대통령은 디지털세 부과 방침이 미국 기업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설명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프랑스가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에 디지털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하자 미국이 수입하는 프랑스 와인을 겨냥한 보복 관세를 시사했다. 두 정상은 디지털세를 비롯한 각종 현안에서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정상들보다 상대적으로 더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도 무역전쟁 관련 견해 차이를 확인했다. 그는 미·영 양자회담을 마친 후 “우리는 매우 좋은 회의를 하고 있다. 엄청난 회의였다”고 평가했다. 그러자 존슨 총리는 곧바로 “일부 장애물을 해결한다면 그렇다”는 전제조건을 달았다. 그는 이어 “우리는 전반적으로 무역 평화에 찬성한다”고 강조했다. 중국과 관세를 앞세워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행태를 비판했다는 것이 영국 언론들 분석이다.

이란 핵합의 설득도 실패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지난 25일 비아리츠를 예고 없이 방문했다. 중재자 역할을 자처한 마크롱 대통령 초청에 따른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 등 G6 정상들은 미국과 이란 간 갈등으로 위기를 맞은 이란 핵합의(JCPOA)를 유지하기 위해 정상회의 직전부터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24일 열린 공식 만찬에서 G6 정상들이 이란 핵합의 유지를 위해 트럼프를 설득했지만 실패했다고 전했다. 기대를 모았던 자리프 외무장관과 미국 정부 당국자와의 만남도 성사되지 않았다.

러시아 복귀엔 트럼프 빼고 반대

트럼프 대통령과 G6 정상들은 러시아를 G7에 다시 받아들여 G8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이 달랐다. BBC는 러시아를 복귀시켜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 요구에 다른 정상들은 “민주주의 국가들 모임인 G7에 러시아를 복귀시키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보였다고 전했다.

G7은 1998년 러시아를 받아들이면서 G8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2014년 3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속했던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하자 러시아를 제명했다.

한편 리아노보스티통신 등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6일 기자회견에서 “러시아는 G8 복귀를 위해 (G7 측에) 어떤 요청도 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