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의 후임으로 불가리아 출신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세계은행 최고경영자(CEO·66·사진)가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고령인 게오르기에바 CEO가 IMF 총재가 되는 데 ‘걸림돌’로 꼽혔던 나이 제한 규정을 IMF가 철폐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2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IMF는 65세 이상은 총재직을 맡을 수 없다는 규정을 없애기로 방침을 정했다. IMF는 앞으로 몇 주 내에 이사회 승인을 거쳐 이 같은 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66세인 게오르기에바 CEO가 별 문제 없이 IMF 총재직을 맡을 수 있다. IMF는 성명을 통해 “나이와 상관없이 수장이 될 수 있는 세계은행과 기준을 동일하게 맞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 출신인 라가르드 총재는 지난달 차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에 내정됐다. 이후 유럽연합(EU)은 유럽인이 IMF 총재를 맡게 하기 위해 일찌감치 게오르기에바 CEO를 단일후보로 내세우며 힘을 실어줬다. 그동안 관행적으로 IMF 총재는 유럽 출신이, 세계은행 총재는 미국 출신이 맡아왔다. 라가르드 총재는 9월 12일자로 사임할 예정이며, IMF 총재 후보 등록은 9월 6일 마감한다.

게오르기에바 CEO가 IMF 총재를 맡으면 최초의 동유럽 출신 총재가 된다. 라가르드 총재 이후 두 번째 여성 총재로도 이름을 올린다. 1953년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태어난 게오르기에바 CEO는 불가리아 카를마르크스 고등경제연구소(현 국립 소피아종합경제대)에서 경제학·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동유럽에서 공산주의가 몰락한 직후인 1993년 세계은행 유럽·중앙아시아 환경 이코노미스트로 경력을 시작했다. 세계은행 러시아지부장 등을 지내기도 했다.

2010년부터 2016년까지 EU 예산 및 인적자원 담당 집행위원으로 활약했으며 2017년부터 세계은행 CEO로 활동해왔다. 세계은행 CEO는 총재 바로 밑 6개 직위 중 하나다. 올초 김용 세계은행 총재가 갑자기 물러나자 세계은행 총재대행 역할을 맡기도 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