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커지면서 신흥국들이 경기 부양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전 세계 교역이 줄고, 홍콩 시위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각국이 긴급 부양책을 마련하고 있다.
글로벌 '침체 쓰나미' 막아라…신흥국, 경기 부양 안간힘
중국 언론들은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지난 17일 대출우대금리(LPR·loan prime rate) 개혁안을 발표했다고 19일 일제히 보도했다. LPR은 은행이 최우량 고객에게 제공하는 금리를 뜻한다. 그간 중국 은행들은 LPR을 별로 사용하지 않았지만 이제부터는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 중국 매체들은 “당국이 LPR을 하향조정함으로써 기준금리를 사실상 인하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이 같은 조치는 지난 2분기 성장률이 6.2%로 1분기 6.4%보다 떨어지자 경기를 회복시키기 위해 나온 조치로 풀이된다. 중국은 3월부터 경기 둔화에 대응해 2조1500억위안(약 360조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와 2조위안 규모의 감세, 지방채 발행 등 대대적인 경기 부양책을 펴고 있다.

홍콩 정부는 지난 16일 191억홍콩달러(약 2조9600억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내놨다. 지난 주말까지 11주째 이어진 ‘범죄인 인도법안(일명 송환법)’ 반대 시위와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로 인한 경제 타격을 줄이기 위해서다. 이번 경제대책엔 세금 감면을 비롯해 취업 교통 교육 등 분야에 보조금 지원 등이 포함됐다. 홍콩은 2분기 경제성장률이 0.5%(전년 동기 대비)에 그쳐 1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태국도 올해 3% 성장률 달성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17일 긴급 부양책을 발표했다. 태국은 지난해 4.1%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올 1분기 성장률이 2.8%(연율 환산)에 그쳤다. 태국 정부는 3160억바트(약 12조4000억원)를 투입해 농민, 저소득층과 고령 인구를 지원할 계획이다. 또 국내 관광 활성화를 위해 1000만 명에게 1000바트(약 4만원)씩 제공하는 내수 부양책도 마련했다.

올해 성장률이 0%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브라질도 내수 활성화에 초점을 맞춘 부양책을 지난달 본격 가동했다. 브라질 정부는 근로자 퇴직금 재원인 근속연수보장기금에서 최대 35%에 달하는 금액을 인출해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다. 기업과 개인 소득세율을 대폭 인하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멕시코는 2분기 성장률을 발표하면서 인프라 투자와 민간소비 활성화를 위한 250억달러(약 29조원)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함께 내놨다. 올 1분기 마이너스 성장했던 멕시코는 2분기 성장률이 0.1%로 플러스 전환했지만 우려는 여전하다.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지난 11일 대통령 예비선거에서 좌파 후보에게 완패하자 긴급 부양책을 발표했다. 근로자 소득세 비과세 한도 20% 인상, 최저임금 인상, 공무원과 군인들에게 보너스 지급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그러나 포퓰리즘 정책이란 비판이 나온다. 경제 우려는 오히려 커지며 지난 1주일 사이 페소화 가치가 20% 폭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일대 혼란을 겪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다음달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발표할 것으로 관측된다. 0.1%포인트 수준으로 예상됐던 금리 인하 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자산 매입 프로그램, 은행권 장기대출 조건 완화 등의 패키지도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ECB가 다음달 커다란 바주카포를 쏠 준비가 돼 있다”며 “침체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제를 지원하기 위한 매우 강력한 종합대책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