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 미국이 주도하는 호르무즈 해협 다국적 방위 연합체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미국의 대(對)이란 ‘최대 압박’ 계획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미국은 이날 이란의 외교 책임자인 자바드 자리프 외무장관을 제재 명단에 올리면서 이란에 대한 공세를 강화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은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기자들과 만나 “독일 정부는 미국이 계획해 요청한 (호르무즈 해협) 해상 방위 작전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독일 외무부도 FT에 “독일 정부는 미국의 페르시아만 방위 계획에 어떤 기여 방안도 제안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독일 정부는 대신 유럽이 주도하는 호르무즈 해협 방위 연합체에 동참할 수 있다는 방침이다. 울리케 뎀머 독일 총리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독일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일대의 해양 안보 문제를 두고 영국 프랑스 등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핵협정 유럽 당사국인 독일 영국 등은 핵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미국이 주도하는 호르무즈 해협 방위 연합체에 참여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뎀머 독일 총리실 대변인은 “이란에 대한 독일의 방침은 미국의 접근 방식과는 분명 다르다”며 “미국이 주도하는 작전에 참여하는 것은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독일은 역내 긴장 완화와 이란핵협정 유지를 최우선 과제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독일 대연정 소수파인 사회민주당도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서 미국 주도 작전에 참여할 경우 독일이 자칫 미국과 이란 간 갈등에 휘말릴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이날 자리프 장관에 대한 제재 조치를 발표하며 대이란 압박을 이어갔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자리프 장관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자리프 장관은 이란 최고지도자의 무모한 의제를 실행하고 있는 이란의 핵심 대변인”이라며 “미국은 최근 이란의 행위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이란 정권에 보낸다”고 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