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북한의 전날 미사일 발사에 대해 다른 나라들도 많이 하는 소형 미사일 실험일뿐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 의미를 축소하며, 대결보다 대화 기조를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핵실험을 하지 않아 왔다”며 “그들은 정말로 보다 작은 미사일외에는 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아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형 미사일은 “많은 이들이 실험하는 것”이라고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 때도 “모두 다 하는 소형 미사일 실험”이라고 의미를 축소했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나 이란이 몰아붙일 경우 미군이 강하게 대응할 것’이란 인터뷰 진행자의 말에 “당신의 말은 다소 절제된 표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으면 좌시하지 않겠다는 경고성 발언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생각하는 레드라인은 단거리 미사일 발사가 아니라, 핵 실험 재개나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일 가능성이 높다. IRBM은 미국령인 괌, ICBM은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어 미국민의 안전과 직결된다.
폼페이오 국무장관. AP연합뉴스
폼페이오 국무장관.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하노이 회담 결렬 직후 “(김정은이)더는 로켓과 핵실험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고 공개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마크 에스퍼 신임 국방장관 취임식에 참석해 연설하면서도 북한을 직접 자극하진 않았다. 그는 “어떤 적도 미군의 엄청난 힘에 필적할 수 없으며 오늘날 우리 군은 과거 어느 때보다 훨신 더 강력하다”고 했지만 북한을 직접 지목하거나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언급하진 않았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모두가 협상을 준비하면서 지렛대를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협상용 지렛대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일관되게 ‘우리는 외교가 작동하길 원하며 김 위원장이 비핵화 약속을 이행하길 원한다’고 밝혀왔다”며 “(북한과)외교적 해결책이 있다고 여전히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달 30일 미·북 정상간 판문점 회동 때 있었던 비화를 일부 공개했다. 그는 “당시 김 위원장이 두가지 약속을 했다”며 “하나는 핵실험을 하지 않고, IRBM 발사를 계속 안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두번째 약속은 실무협상을 재개하겠다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이날 김정은의 ‘IRBM 발사 중단’ 약속을 공개한 건 전날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가 ‘약속 파기’가 아니란 점을 환기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 미사일 발사. 연합뉴스
북한 미사일 발사. 연합뉴스
폼페이오 장관은 김정은이 최근 새로 건조한 잠수함을 시찰한데 대해서도 “나도 방위 시설에 간 적이 있고, 우리는 모두 군을 둘러보고 사진을 찍는다”며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실무협상 재개 시기를 묻는 질문엔 “두어주 내에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다”고 답했다. 다만 “날짜보다 더 중요한 건 생산적인 대화”라며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촉구했다.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더 이상의 도발이 없기를 촉구한다”면서도 북한과의 외교적 관여에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에 대한 ‘경고’보다 보다 ‘대화’에 무게를 둔 발언이다.

반면 미 의회에선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격앙된 반응이 나왔다. 공화당 소속 코리 가드너 상원 동아태소위원장은 트윗을 통해 “행정부는 추가 제재 부과를 위해 움직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에드 마키 상원 동아태소위 민주당 간사도 트윗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보도가 사실이면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며 “북한은 나쁜 합의로 이끌기 위해 우리에게 압력을 가하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미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 분석가들을 인용해 북한이 지난해 6월12일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이후 핵무기 12기를 추가 생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는 핵무기 12기를 생산할 수 있을만큼의 핵물질을 확보했다는 의미로 북한이 이를 토대로 핵무기를 생산한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