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 이후 한·일 정부 관계자가 12일 처음으로 만나 실무회의를 열었지만 양국 간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일본 정부 관계자는 한국 대표단을 창고 같은 곳에 불러 인사와 악수도 하지 않고 차갑게 대해 의도적으로 홀대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날 회의는 일본 도쿄 경제산업성 별관 10층에서 열렸다. 한국 측에선 전찬수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안보과장과 한철희 동북아 통상과장이 참석했고, 일본 측에선 이와마쓰 준 경제산업성 무역관리과장과 이가리 가쓰로 안전보장무역관리과장이 자리했다.

취재진에 공개된 회의실은 평소 사용하지 않는 공간처럼 보였다. 파손된 기자재가 정돈되지 않고 방치된 채 있었다. 만남의 격을 일부러 떨어뜨리려 한 것으로 보였다. 일본 측은 ‘수출관리에 관한 사무적 설명회’라는 문구를 인쇄한 A4 용지 두 장 크기의 종이만 달랑 붙였다. 참석자들이 앉은 테이블에는 회의 참석자의 이름표조차 마련하지 않았다. 협상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려는 모습이 뚜렷했다. 양국 관계자는 악수 등 우호의 표현은 전혀 하지 않은 채 자리에 앉아 굳은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했다.

이날 회의도 평행선을 달리는 양측의 입장차만 확인했다. 한국 정부는 일본 측이 한국만을 겨냥해 수출 규제를 강화한 이유를 따져 묻고 설명을 요구했다. 일본 측이 수출 규제 이유로 일부 품목의 북한 유입설을 흘리는 등 한국 수출관리의 부적절성을 거론한 것에 대해서도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또 일본의 조치는 세계무역기구(WTO)의 자유무역 정신에 위배되는 만큼 철회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일본 측은 한국 대법원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가 아니며 수출 규제 강화가 무역관리의 국내 운용 체계를 재검토한 것인 만큼 양자 간 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이와 함께 한국 정부의 무역관리에 문제가 있어 취한 조치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두 나라는 회의 형식을 놓고도 이견을 보였다. 한국은 일본의 무역보복 조치에 대한 양국 간 ‘협의’라는 입장이지만 일본 측은 한국에 대한 수출우대 조치를 없애 다른 일반 국가와 동등하게 대하게 된 것을 설명하는 ‘설명회’라고 주장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구은서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