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의 거래 제한 조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중국 은행들에 손을 벌렸다. 11일 중국 경제전문 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화웨이는 중국 은행들로부터 신디케이트론 방식으로 15억달러(약 1조7560억원)를 조달할 예정이다.

신디케이트론은 여러 금융회사가 대출단을 구성해 같은 조건으로 단일 차용자에게 일정 금액을 대출해주는 것을 말한다. 지난 5월 미국 상무부가 화웨이와 68개 계열사를 거래 제한 기업 명단(블랙리스트)에 올린 이후 화웨이가 받는 첫 대규모 대출이다. 화웨이가 해외 금융회사가 포함되지 않은 신디케이트론을 이용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라고 차이신은 전했다. 신디 람 블룸버그인텔리전스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화웨이에 대한 제재가 지속될 가능성이 여전한 탓에 외국 금융회사들이 화웨이에 대한 신규 대출을 꺼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면서 투자자들은 화웨이의 자금 동향에 주목해왔다. 시장에선 미국의 제재가 화웨이에 미친 타격이 예상보다 커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화웨이 창업자인 런정페이(任正非) 회장도 지난달 화웨이의 처지를 ‘심하게 파손된 비행기’에 비유하며 미국의 압박에 따른 피해가 심각하다고 밝혔다.

한편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이 미국 기업들에 화웨이와 거래를 재개할 수 있도록 허가를 신청할 것을 권유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날 보도했다. 국가안보를 이유로 기업을 블랙리스트에 올리는 것은 상무부의 권한으로 재무부가 직접 관여하지 않는데도 므누신 장관이 나선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