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 2016년부터 중국과 제휴
美, 부랴부랴 中기업 거래 차단
중국 슈퍼컴퓨터 업계가 위기에 처했던 미국 AMD에 접근해 첨단 x86 프로세서 기술을 빼내 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미국 정부가 최근 중국 슈퍼컴퓨터 업체 5곳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미국 기업들과의 거래를 막은 이유로 분석된다. x86 칩 제조기술은 세계에서 인텔과 AMD만 보유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시간) 과거 인텔에 밀려 어려움을 겪던 AMD가 2016년부터 중국의 슈퍼컴퓨터 회사인 중커수광(中科曙光·Sugon)에 x86 칩 기술을 이전하면서 부활했다고 보도했다. AMD는 2016년 초 주가가 주당 2달러 수준이었지만, 최근 30달러를 넘고 있다. 중커수광은 중국과학원 계열의 자회사다.

AMD는 중커수광의 x86 칩 개발을 도우면서 2억9300만달러의 라이선스 비용을 받았고, 그 자회사인 톈진하이광선진기술투자(天津海光先進技術投資)와 합작해 칩 제조공장을 세운 뒤 특허료를 받고 있다. 또 2016년 4월엔 중국과 말레이시아에 있는 반도체 공장 2곳의 지분 85%를 중국 정부가 ‘반도체굴기’를 위해 만든 국가반도체산업투자펀드에 3억7100만달러에 매각했다.

WSJ는 이런 AMD의 활동은 미국 정부를 경악시켰다고 지적했다. 미 국가안보국(NSA)에서 2017~2018년 근무하며 AMD와 중국의 제휴 중단에 대해 논의한 로버트 스팔딩 준장은 WSJ에 “중국의 슈퍼컴퓨터 개발의 모든 건 x86 기술 위에서 이뤄졌다”고 말했다. 미 상무부가 지난 21일 블랙리스트에 올린 중국 슈퍼컴퓨터 회사 5곳에는 AMD와 제휴한 중커수광, 톈진하이광 등이 포함돼 있다.

WSJ는 하지만 “(블랙리스트 등재) 조치는 너무 늦었다”고 지적했다. AMD 칩의 중국어 버전은 이미 생산라인이 가동되고 있으며, AMD가 제공한 x86칩 제조 기술은 중국의 차세대 슈퍼컴퓨터 개발에 쓰이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AMD 측은 “모든 미국 법을 지키고 있다”고 밝혔다.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는 지난달 말 “더 이상 중국 기업에 새로운 기술을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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