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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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매체 알아람TV 등 아랍권 매체들은 13일(현지시간) 오만만에서 유조선 두 척이 피격됐다고 보도했다. 알아람TV는 “폭발음이 두 차례 연이어 들렸고 이후 대형 유조선 두 대가 긴급 조난신호를 보냈다”고 전했다. 유조선 한 척은 노르웨이 기업 소유 ‘프런트 알타이르’호로 아부다비에서 원유를 싣고 항해 준비 중 공격을 받고 원유 탱크에 불이 붙어 침몰했다. 다른 한 척은 싱가포르로 향하던 파나마 유조선 ‘코쿠카 코레이져스’로 수면 위쪽 선체가 손상됐다.

영국 해군이 운영하는 해사안전기구(UKMTO)는 이날 오만만 일대에 경보를 발령했다. UKMTO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이란 남부 해안에서 약 45㎞ 떨어진 곳에서 일어났다. 바레인에 본부를 두고 있는 미군 5함대의 조슈아 프레이 대변인은 “이번 사건은 (사고가 아니라) 공격으로 보고 있다”고 AP통신 등에 말했다.

이번 공격은 지난달 12일 아랍에미리트(UAE) 영해에서 유조선 네 척이 사보타주(의도적 파괴행위) 공격을 받은 지 약 한 달 만에 일어났다. UAE 등은 지난 6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이 공격 배후에 ‘국가’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 사건을 놓고 이란을 공격 주체로 공개 지목했다. 반면 이란은 미국 등이 군사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공격을 꾸몄다며 배후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AP통신은 “매우 예민한 시기에 사건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12일부터 이란에서 중동 역내 갈등을 논의하고 있어서다. 일본 총리가 이란을 방문한 것은 41년 만으로 기존 이란 정부가 들어선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 이후로는 처음이다. 이날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들 유조선이 일본 관련 화물을 싣고 있었다고 발표했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경미한 부상을 제외한 인명 피해는 보고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프런트 알타이르호는 인근을 지나던 현대상선 소속 ‘현대두바이호’가 긴급 구조신호를 받고 구조 활동을 벌인 덕에 선장을 비롯한 선원 23명이 전원 안전 구조됐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현대두바이호는 말레이시아 포트클랑을 출발해 아부다비항을 향해 항해 중이었다”며 “평소 정기적으로 비상 대응 훈련을 실시한 덕에 위험한 상황에도 타 선박 선원들을 빠르게 구조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코쿠카 코레이져스에 탑승한 선원 21명은 근처에 있던 코스탈에이스호에 구조됐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