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은지의 Global insight

종사자들은 '근로자' 주장하지만
美 노동부선 독립사업자로 분류
우버 운전기사들이 지난 9일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에서 임금인상 요구 집회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우버 운전기사들이 지난 9일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에서 임금인상 요구 집회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플랫폼 기반 비즈니스가 기존 산업을 압도할 만큼 팽창하고 있다. 종사자 숫자만 봐도 그렇다. 세계 최대 차량공유업체 우버의 운전기사는 390만 명으로 추산된다. 미국 최대 고용주인 월마트 고용인원(150만 명)의 두 배를 웃돈다. 미국과 캐나다 지역의 차량공유업체 리프트에서도 200만 명의 운전사가 일한다.

그렇다면 우버 운전사는 근로자일까, 독립사업자(자영업자)일까. 플랫폼 종사자의 지위를 놓고 세계 곳곳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국도 택배업, 차량공유업 등을 중심으로 플랫폼 비즈니스가 확장되면서 이 문제를 두고 노동단체와 산업계, 정치권이 첨예하게 다투고 있다.

플랫폼 종사자들은 스스로 근로자라고 주장한다. 여기서 근로자는 법적 지위를 뜻한다. 법적으로 근로자의 권리는 막강하다. 노동조합을 설립해 임금, 근로시간 등 고용 조건을 사측과 동등하게 협상할 수 있다. 또 해고의 위험 없이 파업할 수 있다. 최저임금제에 따라 임금 수준을 보장받고 퇴직금, 초과근로수당, 각종 사회보험 등의 혜택도 받는다. 공간·시간 등의 제약으로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에 시달려야 했던 산업혁명 시대의 근로자를 위한 법적 장치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 플랫폼 기반 종사자들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고용 유연성을 가졌다. 이들은 근로 조건의 상당 부분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 자신들이 원하는 시간에만 앱(응용프로그램)을 켜면 된다. 리프트는 운전자 91%가 1주일에 20시간 미만으로 일한다고 한다. 파업도 자유롭다. 그냥 앱을 끄면 된다. 실제로 지난 9일 미국 8개 주요 도시와 영국 런던 등에서 우버 운전기사들이 1~2시간씩 앱을 꺼두는 형태의 파업을 했다.

이런 자율성은 독립사업자의 핵심 특징이다. 지난달 미국 노동부가 ‘스마트폰 앱과 웹사이트를 통해 일을 구하려는 노동자는 독립 계약자이지 플랫폼 업체의 종업원이 아니다’고 유권해석한 근거와도 같다. 미 노동부는 플랫폼 종사자들이 △언제, 어디서, 얼마나 오래 일할 것인지 선택할 자유가 있고 △자체적인 장비를 마련하고 △회사가 제공하는 훈련 프로그램에 참여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 등으로 독립사업자라고 봤다. 또 △고객과 보수를 협상할 여지가 있고 △플랫폼을 사용하지 않는 다른 고객의 일을 맡을 수 있으며 △회사의 플랫폼을 개발 유지하는 데 관여하지 않는 점 등도 이유로 들었다.

플랫폼 업체들이 기본임금과 수수료를 정하는 만큼 개별 종사자의 임금 결정 권한이 적다는 노동계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 다만 일반적으로 플랫폼 비즈니스에선 사측이 일방적으로 낮은 임금과 높은 수수료율을 강요하긴 어렵다. 차량공유업체 운전자들은 언제든 우버 앱을 끄고 다른 업체인 리프트로 옮겨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우버 운전자들의 2015~2016년 이직률을 조사한 결과 68%의 운전자가 6개월 이내에 운전을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플랫폼 종사자들의 사회안전망을 어떻게 보완할지는 큰 과제다. 노동계는 이들에게 근로자 지위를 줘 기존 사회안전망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반영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예컨대 실업급여로 생각해보자. 실업급여는 비자발적 실업자에게 지급하는데, 플랫폼 종사자는 여러 회사 중 어느 회사가 해고했다고 봐야 할까. 또 실업급여 재원은 어느 회사가 부담해야 할까. 설사 오랜 시간과 공을 들여 이런 기준들을 마련해도 머지않아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와 파격적인 고용 형태가 등장하면서 또다시 논란거리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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