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이 공세의 칼날을 일본에도 겨눴다. 미국은 대일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일본에 미국산 농산물 관세 인하를 요구하고 나섰다.

지지통신에 따르면 주요 20개국(G20) 농업장관 회의 참석차 지난 11일 방일한 소니 퍼듀 미 농무장관은 회의에 앞서 요시카와 다카모리 일본 농림수산상을 만난 자리에서 미국산 농산물의 관세 인하를 요구했다.

퍼듀 장관은 요시카와 농림수산상과의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미국은 오랜 기간 연간 700억달러(약 82조4600억원)에 달하는 대일 무역적자를 감내해왔다”며 “이는 일본에 미국이 매우 좋은 고객이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에 요시카와 농림수산상은 “미국은 오랫동안 일본의 안정적인 농산물 공급국이었고 일본은 미국의 중요한 수출국이기도 하다”는 원론적 견해만 밝히며 미국 측 공세에 즉답을 피했다. 일본 농림수산성은 농산물을 포함한 미·일 무역협상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경제재생상이 담당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시간 벌기’에도 들어갔다.

지난해 9월 미·일 정상회담에서 ‘새로운 무역협정’을 추진하기로 합의해 진행 중인 미·일 무역협상에서 미국은 무역적자 축소 문제를 비롯해 △농산물 시장 개방 확대 △환율 조항 △서비스·세관 절차 등 폭넓은 분야를 다루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물품무역협정(TAG)’이라는 별도의 용어를 사용하며 자동차와 농산물 등의 물품 및 관세분야에 국한한 협정으로 의미를 축소하려 하고 있다.

미·일 양국은 지난달 미·일 무역협상 첫 회의를 했으며, 이달 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방일 시 열리는 미·일 정상회담에서도 양국 간 무역 문제가 주요 의제가 될 전망이다. 미국은 지난해 일본과의 무역에서 676억달러(약 79조6328억원) 규모의 적자를 봤다. 이는 중국, 멕시코, 독일에 이어 네 번째로 큰 규모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