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셰일오일 업체 아나다코정유가 쉐브론이 아닌 옥시덴탈에 팔리게 됐다. 국제 유가가 강세를 보이면서 아나다코 몸값은 순식간에 6조원(약 50억달러)이나 뛰었다.

아나다코는 29일(현지시간) 성명서를 내고 “기존 쉐브론과의 계약을 철회하고 미국의 에너지 대기업 옥시덴탈에 회사를 매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나다코는 기존 쉐브론의 인수가(500억달러)보다 50억달러 높은 550억달러를 인수 가격으로 제시했다.

아나다코는 4월 12일 미국 2위 정유·가스업체 쉐브론과 500억달러 규모의 인수합병(M&A)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옥시덴탈은 아나다코에 끈질기게 ‘러브콜’을 보냈다. 공격적으로 인수가를 높였을 뿐 아니라 인수 대금으로 현금 50%와 교환 주식 50%를 제시했다. 현금을 25%만 주기로 한 쉐브론의 조건을 뛰어넘는 것이다.

아나다코 측은 쉐브론과의 계약 파기로 위약금 10억달러를 물더라도 옥시덴탈과 다시 계약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아나다코 이사진이 옥시덴탈의 제안이 기업 가치, 조건, 확실성 등 여러 측면에서 쉐브론 계약보다 낫다는 데 만장일치로 동의했다”고 전했다.

아나다코는 미국 최대 셰일유전 지대인 텍사스주 퍼미안 분지의 셰일오일 채굴권을 갖고 있다. 이 회사는 셰일오일 붐이 일던 초기에 새로운 굴착 기술을 개발해 이 일대 땅을 싸게 빌린 것으로 알려졌다. 옥시덴탈 역시 퍼미안 분지에서 셰일오일을 대규모로 생산하고 있다. 옥시덴탈은 아나다코 인수로 셰일오일 채굴과 관련한 운영 및 자본 비용을 연 35억달러가량 감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