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대선 리스크'…페소화 27년 만에 최저
연금 늘려 재정 거덜 낸 좌파
포퓰리즘 공약 걸고 선두 달려
28일 인베스팅닷컴 등에 따르면 지난 26일 페소화 환율은 달러당 45.89페소로 장을 마감했다. 전일 대비 1.8%가량 하락했으며 종가 기준으로는 새 화폐가 통용되기 시작한 뒤 최고 환율(페소화 가치로는 최저)이다.
페소화 가치는 올 들어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그중에서도 오는 10월 아르헨티나 대선 관련 뉴스가 나오기 시작한 지난주 하락세가 더 가팔라졌다. 지난주 페소화 가치 하락폭은 8.8%에 이르렀다. 올 들어 하락률은 18%에 달한다.
시장주의자로 통하는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의 재선이 불투명해진 탓이다. 마크리 대통령은 대선 결선투표에서 좌파 성향인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데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과 맞붙을 가능성이 높다. 여론조사 결과는 대부분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이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아르헨티나 경제에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은 집권 당시 정부 지원 연금 대상자를 확 늘려 국가 재정에 큰 타격을 줬다. 재정적자를 상쇄하기 위해 여러 기업을 국영화하고 아르헨티나의 주력 산업인 곡류 수출에 따르는 세금을 인상했다. 윈 틴 브라운브러더스해리먼 신흥시장 전략책임자는 “키르치네르 정부는 포퓰리즘 정책을 펼쳐 아르헨티나 경제를 위기로 몰아갈 수 있다”며 “아르헨티나는 이미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거액을 빌린 상태인데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이 집권한다면 구제금융 프로그램이 제대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마크리 행정부는 작년 IMF에 560달러(약 63조원) 규모의 구제금융 대출을 받았다.
최근 달러 강세도 페소화 가치를 낮춘 요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경제지표가 개선되고 미 중앙은행이 비둘기파로 선회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로 인해 미국으로부터 돈을 많이 빌린 아르헨티나 등 신흥국 화폐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불안정한 경제 상황은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달 아르헨티나의 소비자물가는 전월 대비 4.7% 올랐다. 지난 12개월 이래 물가 상승률은 약 55%에 달한다. WSJ는 현지 정치 전문가를 인용해 “계속된 경제 악화에 현 정부에 대한 반감이 커지면서 키르치네르의 재선 가능성이 높아지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모건스탠리는 이달 발행한 리서치노트에서 “향후 대선 결과가 불투명한 점과 강한 인플레이션 흐름을 고려하면 당분간 (아르헨티나에 투자하지 않고) 관망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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