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가 1992년 화폐개혁 이후 최저 수준으로 급락했다. 악화된 경제 상황에 포퓰리즘 성향의 좌파 정부가 들어설 가능성이 높아지면서다.

아르헨티나 '대선 리스크'…페소화 27년 만에 최저
28일 인베스팅닷컴 등에 따르면 지난 26일 페소화 환율은 달러당 45.89페소로 장을 마감했다. 전일 대비 1.8%가량 하락했으며 종가 기준으로는 새 화폐가 통용되기 시작한 뒤 최고 환율(페소화 가치로는 최저)이다.

페소화 가치는 올 들어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그중에서도 오는 10월 아르헨티나 대선 관련 뉴스가 나오기 시작한 지난주 하락세가 더 가팔라졌다. 지난주 페소화 가치 하락폭은 8.8%에 이르렀다. 올 들어 하락률은 18%에 달한다.

시장주의자로 통하는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의 재선이 불투명해진 탓이다. 마크리 대통령은 대선 결선투표에서 좌파 성향인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데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과 맞붙을 가능성이 높다. 여론조사 결과는 대부분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이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아르헨티나 경제에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은 집권 당시 정부 지원 연금 대상자를 확 늘려 국가 재정에 큰 타격을 줬다. 재정적자를 상쇄하기 위해 여러 기업을 국영화하고 아르헨티나의 주력 산업인 곡류 수출에 따르는 세금을 인상했다. 윈 틴 브라운브러더스해리먼 신흥시장 전략책임자는 “키르치네르 정부는 포퓰리즘 정책을 펼쳐 아르헨티나 경제를 위기로 몰아갈 수 있다”며 “아르헨티나는 이미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거액을 빌린 상태인데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이 집권한다면 구제금융 프로그램이 제대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마크리 행정부는 작년 IMF에 560달러(약 63조원) 규모의 구제금융 대출을 받았다.

최근 달러 강세도 페소화 가치를 낮춘 요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경제지표가 개선되고 미 중앙은행이 비둘기파로 선회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로 인해 미국으로부터 돈을 많이 빌린 아르헨티나 등 신흥국 화폐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불안정한 경제 상황은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달 아르헨티나의 소비자물가는 전월 대비 4.7% 올랐다. 지난 12개월 이래 물가 상승률은 약 55%에 달한다. WSJ는 현지 정치 전문가를 인용해 “계속된 경제 악화에 현 정부에 대한 반감이 커지면서 키르치네르의 재선 가능성이 높아지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모건스탠리는 이달 발행한 리서치노트에서 “향후 대선 결과가 불투명한 점과 강한 인플레이션 흐름을 고려하면 당분간 (아르헨티나에 투자하지 않고) 관망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