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한경제협회가 제공한 한일 기업간 협력사례
“한일 관계가 좋았던 적도, 나빴던 적도 있었지만 양국의 경제협력은 지속적으로 강화됐습니다. 앞으로도 양국 기업 간 교류와 협력이 더 강화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고레나가 가즈오 일한(日韓)경제협회 전무이사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양국 기업 간 협력 상황을 설명하는 동안 계속해서 양국 간 경제교류와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최근 한일관계는 ‘역대 최악’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악화된 상황입니다. 지난 주말에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오는 6월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과의 양자 회담을 하지 않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일본 언론 보도까지 나왔습니다. 과거사와 각종 외교 현안을 둘러싼 대립이 경제계와 민간 교류에까지 ‘불똥’이 튀고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양국 경제계에선 양국 간 정치적 관계의 부침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양국 경제계 협력은 지속적으로 강화돼 왔습니다. 양국 기업 간 협력이 큰 시너지 효과를 봤던 만큼 앞으로도 흔들려선 안 된다는 의지가 양국 경제계에는 강합 모습입니다.

실제로 일한경제협회가 정리해 제시한 최근 10년간의 대표적인 경제협력 사례를 살펴봐도 양국 간 협력관계는 해가 지날수록 더욱 공고해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한국과 일본 기업들이 제3국 인프라 사업에서 협력한 사례는 2007~2009년까지는 6건에 불과했지만 2010년 이후 지난해까진 89건에 이를 정도로 확대 추세입니다. 공동 진출 지역도 인도네시아, 미얀마, 쿠웨이트, 터키, 모로코 등 다양합니다. 한국과 일본이 해외시장에서 경쟁 관계가 아니라 ‘윈·윈 효과’를 거둘 수 있는 협력자로 활동할 여지도 크다는 지적입니다.

제3국에서 손을 잡고 일하는 양국 업체들도 양국 경제계의 대표주자라고 부를만 합니다. 일본에선 스미토모상사, 미쓰이물산, 이토추상사, 도시바, 가와사키중공업, 히타치, 일본제철(옛 신일본제철), IHI, 도쿄가스 등이 한국 업체와 손을 잡았습니다. 한국에서도 롯데캐미칼, 한국전력, GS건설, 삼성중공업, 포스코, 현대건설, 대림산업, 대우조선해양, 한신공영, LG전자, 한국가스공사 등이 일본 기업과 협력을 도모해왔습니다,

특히 일한경제협회는 제3국 인프라 건설 사업은 양국이 최대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협회 측은 대표적인 사례로 양국이 2013년 시작한 인도네시아 LNG 개발 사업을 꼽았습니다. 일본 미쓰비시상사가 한국가스공사와 손을 잡아 삼성엔지니어링 등이 참여한 이 사업은 2015년부터 한국·일본에 연간 200만t의 LNG를 공급하고 있다고 합니다. 일본에 130만t, 한국에 70만t 가량의 LNG가 공급되고 있는데 한국에서 겨울에 난방수요가 급증해 LNG 수요가 몰리고, 일본은 냉방용 전력 생산을 위해 여름에 LNG수요가 몰리기 때문에 1년 내내 LNG를 생산해도 수급상 문제가 없다는 설명입니다. 연간 장기계약을 해야 하는 LNG선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일본 정부의 공적개발원조(ODA)자금이 한국 기업을 통해 집행된 사례도 있습니다. 몽골 울란바토르의 칭기즈칸국제공항 건설 사업은 일본 정부가 돈을 대고 한국 기업이 시공을 맡았습니다. 600억엔 규모 ODA가 투입되는 가운데 삼성물산이 500억엔 규모 시공권을 획득했습니다. 겨울철 영하 30~40도까지 떨어지는 몽골의 환경에서 일본 건설사들은 혹한에 대비한 시공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한국 건설사가 선정됐다는 설명입니다.

대형 기업 간 공동협력 뿐 아니라 청소년 교류와 인재교류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일한경제협회가 한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들과 협력해 진행하고 있는 인턴 실습 프로그램에는 2015년 14개사, 2016년 9개사, 2017년 28개사, 2018년 31개사가 참여했습니다. 도요타자동차, 미쓰이물산, 파나소닉, 미즈호은행, 일본항공, 도레이정밀소재, NTT코리아, 히타치, 미쓰이스미토모화재보험, 노무라파이낸셜인베스트먼트, 오릭스캐피털, 덴소인터내셔널 등의 기업이 한국인 구직자들에게 인턴실습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인턴 실습자 중에선 40명 이상이 실제 일본기업 취업으로도 이어졌다는 설명입니다.

고레나가 전무는 ”기술과 인재는 있고, 자원은 없는 게 한국과 일본의 공통점”이라며 “지리적으로도 가깝고 서로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한국과 일본은 최고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파트너”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현재 한일 관계는 한겨울에 비유될 정도로 좋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말처럼 한일 양국 정치권과 경제계가 조만간 양국간 경색관계를 해소할 돌파구를 찾아내고, 양국이 모두 큰 이득을 보는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