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인권 탄압·독재"
회원국 가입 논의 중단 결의
터키 "객관성 잃었다" 반발
유럽의회가 13일(현지시간) 터키의 유럽연합(EU) 가입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결의안을 가결했다. 아시아와 유럽 대륙에 걸쳐 있는 터키의 유럽공동체 편입이 어려워지는 모양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유럽의회의 이 결의안에 찬성한 의원은 370명, 반대한 의원은 109명이었다. 유럽의회 결의는 권고 차원이지만 EU 회원국 의사 결정에 중요한 지침이 된다. 의회는 터키 정부의 인권 탄압과 법치 훼손 등을 문제 삼았다.

터키는 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 시절이던 1987년부터 줄곧 유럽공동체 편입을 요구해왔다. 2005년 비로소 가입 논의가 공식적으로 시작됐지만 일부 회원국 반대로 지지부진한 상황이 이어졌다.

2016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반기를 든 군부 쿠데타를 터키 정부가 강경 진압하면서 EU 내의 여론은 나빠졌다. 여기다 유럽 내 반(反)이민 정서 확산으로 터키의 회원국 가입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근 에르도안 정권이 서방 진영과 심심찮게 마찰을 빚으면서 터키의 EU 가입은 더욱 요원해지는 분위기다. 터키는 인근 시리아에서의 이슬람국가(IS) 퇴치 방식 등 여러 문제를 놓고 미국과 대립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러시아산 미사일방어시스템을 구입할 계획을 밝혀 터키가 서방 진영과 거리 두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제기됐다.

터키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 편입되기 위해 EU 가입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터키 리라화를 유로화에 연동시켜 만성적인 인플레이션과 통화 불안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복안이다. 터키 리라화 가치는 미국 경제 제재에 따른 자본 이탈로 지난해에만 28%가량 폭락했다. 물가상승률은 매달 20%를 넘나들고 있다.

터키 외무부는 유럽의회 결의안이 채택된 뒤 곧바로 성명을 내고 유럽의회 표결 결과는 객관성이 없다고 반발했다. 터키 외무부는 “5월 선거 이후 새롭게 구성될 유럽의회가 터키의 EU 가입 문제를 다루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외메르 첼리크 터키 여당 대변인은 트위터를 통해 “유럽의회는 이번 결의로 극우 성향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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