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방어국 내년 예산 94억 달러 요구…올해보다 5억 달러 감소
국방부 "미사일방어국 외에도 예산요청…전체 미사일방어예산 136억달러"
北미사일 '특별한 위협'이라던 美, 내년 미사일방어 예산은 축소
북한의 탄도미사일 능력을 '특별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방어능력 강화에 나서는 미국 국방부의 내년도 미사일 방어 예산 요구액이 올해보다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국방부가 12일(현지시간) 공개한 2020 회계연도(2019년 10월 1일~2020년 9월 30일) 예산안을 보면, 미사일 방어국(MDA) 예산은 94억 달러(약 10조6천억원)가 편성됐다.

이는 지난해 99억 달러(약 11조2천억원)보다 5억 달러 감소한 것이다.

MDA는 탄도미사일 방어 체계를 개발, 시험, 실전 배치 임무를 담당하는 부서다.

로이터통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탄도미사일 시험 프로그램을 재가동할 것으로 보이는 시점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사일 방어 예산 삭감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미사일 방어력 확대를 약속하는 미사일 방어 검토보고서를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MDA 예산은 축소됐다"라고 지적했다.

미 국방부가 지난 1월 발표한 '2019년 미사일 방어 검토보고서'에서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특별한(extraordinary) 위협"으로 평가하고, 미 본토 공격이 가능한 시간이 가까워진 만큼 경계 태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밝힌 것과 내년도 MDA 예산을 축소한 것은 상충한다는 것이다.

백악관도 전날 내년도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하면서 "북한의 중거리와 장거리 탄도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미국 본토를 지키기 위한 새로운 미사일 기지를 짓는 작업이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미 국방부는 MDA 예산이 감소한 것은 2018, 2019 회계연도에 미사일 방어 예산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엘레인 매커스터 국방부 감사관 대행은 "지난 2년간 MDA 지출에 '급증'이 있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는 현재 그 급증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2020 회계연도에는 MDA뿐 아니라 다른 국(局)에서도 미사일 방어 예산을 요청했다면서 "국방부 전체의 미사일 방어 예산은 136억 달러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내년도 미사일 방어 예산이 이지스함에서 발사되는 요격미사일인 'SM-3 블록 1B'와 'SM-3 블랙 2A',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THAAD·사드) 요격미사일 추가 조달, 알래스카 포트 그릴리에 짓고 있는 미사일 격납 시설인 사일로(silo) 22기 건설사업 지속 등에 투입된다고 설명했다.

또 지상배치 요격미사일(GBI)을 최소 64기로 늘리는 계획에 따라 진행 중인 20기 추가 건설사업에도 예산이 투입된다.

이와 관련, MDA는 북한의 잠재적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공격으로부터 본토를 방어하기 위한 체계인 지상배치 미사일방어(GMD) 사업이 2년여 지체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블룸버그통신과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이는 미 방산업체 레이시온이 이 체계에 포함되는 요격미사일 탄두를 재디자인하는 것에 기술적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라고 로이터통신 등은 보도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가 의회에 요청한 내년도 국방 예산은 총 7천500억 달러(약 850조원)로 지난해보다 5% 증가했다.

이 중 7천183억 달러는 국방부, 나머지 320억 달러는 에너지부 예산에 각각 담겼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