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화 크루즈 여행 / 사진 한경DB
호화 크루즈 여행 / 사진 한경DB
초호화 여객선을 타고 장기간에 걸쳐 여유롭게 세계 각국을 여행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의 ‘로망’입니다. 과거에 비해 많이 대중화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소수의 부유층이나 누릴 수 있는 상품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남아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일본에서 이미 크루즈선을 운항하고 있는 한 대형 해운사가 추가로 대형 크루즈선을 발주키로 했다고 합니다. 시간과 자금이 풍부한 부유한 일본 노년층을 노린 행보라는 분석입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대형 해운사인 닛폰유센(日本郵船)은 신형 호화 여객선을 건조해 2020년대 중반에 투입키로 했습니다. 신형 크루즈선 건조비는 최대 600억엔(약 6066억원)에 이를 전망이라고 합니다. 닛폰유센은 기존에 운영 중인 호화 여객선 ‘아스카2’도 계속 사용해 대형 크루즈 2척 상시 운용 체제를 갖추기로 했습니다.

1990년 건조된 ‘아스카2’ 는 일본을 대표하는 호화 여객선 자리를 오랫동안 지켜왔습니다. 하지만 선령이 30년 가까이 되면서 노후화 문제를 맞았습니다. 과거에는 ‘아스카2’를 새로운 크루즈선으로 교체하는 것을 검토했지만 크루즈 사업이 확장세고, 채산성이 높다고 판단해 2대를 운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설명입니다.

일본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1박 이상 크루즈 여행을 경험한 일본인은 2017년에 전년 대비 27%증가한 31만5000명에 달했습니다. 크루즈 이용객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입니다. 일본 업체 뿐 아니라 미국 프린세스크루즈 등 외국계 업체들이 잇달아 초대형 유람선을 취항한 영향이 컸습니다.

일본 최대 여행사인 JTB는 최근 호화여객선을 이용한 세계일주 투어 상품을 내놨습니다. 약 3개월간 20개국을 방문하는 상품으로 1인당 208만엔(약 2122만원)의 가격이 책정됐습니다.
일본에서 부유층이 증가한 점이 크루즈 시장이 확대된 바탕이라는 설명입니다. 노무라종합연구소에 따르면 순금융자산 1억엔(약 10억원)이상을 보유한 세대는 2017년 126만 세대로 최근 4년간 26% 증가했습니다.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여행상품도 늘어나는 분위기 입니다. 철도회사들은 호화 침대열차를 잇달아 도입하고 있습니다. 2017년부터 JR동일본은 ‘트레인 스위트 시키시마’를, JR서일본이 ‘트와일라이트 익스프레스 미즈카제’라는 고급 관광열차를 배치해 운행하고 있습니다. 여행요금이 1인당 ‘50만엔(약 500만원)’이상 고급 상품이지만 예약을 받기 어려울 정도로 인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밖에 일본 관광업체인 한큐교통은 올 4월에 98만엔(약 1000만원)짜리 일본 내 버스투어 상품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12일간 일본 주요 관광지를 돌며 고급 호텔에 투숙하는 상품이라는 설명입니다.

일본의 고도성장과 거품경제 시기의 주역이었던 노년층 중에는 많은 자산을 보유한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합니다. 부가 상당부분 노년층에 편중된 것이 일본 사회의 문제로 지적되고 있기도 합니다. 부유한 노년층의 소비를 이끌어 내는 것에 일본사회가 많은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호화 크루즈선이 과연 일본 노년층의 지갑을 여는 선봉장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결과가 주목됩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