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의류 매장에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맞춤형 상품을 판매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고 합니다. 3차원(3D)신체 측정기가 순식간에 고객별로 체형과 치수를 파악해 개인별 주문 상품을 만들 수 있도록 한 것인데요. 표준 사이즈에 맞춰 대량생산·대량판매를 해왔던 의류업에 근본적인 변화가 이는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의류업체 유니클로는 일부 점포에서 단시간 내에 온몸의 치수를 잴 수 있는 3D측정 장비를 갖춰 맞춤형 의복을 제작하는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탈의실 내부에 설치된 SD측정 방에 들어서면 16개의 센서가 신체 사이즈를 순식간에 측정합니다. 계기판에는 치수를 잰 사람의 모습과 함께 팔 길이와 허리둘레, 다리 길이 등이 표시됩니다. 측정한 데이터를 스마트폰 앱에 등록하면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사이즈에 맞춰 주문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설명입니다.

다카시마야백화점은 지난해 9월 니혼바시점 여성구두 매장에 3D계측기를 도입했습니다. 센서가 10초간 발 모양을 측정해 288종류 신발 샘플 중 발모양에 가장 가까운 신발을 추천하고 있습니다.

이세탄백화점 신주쿠본점 남성용 구두매장에는 덴마크 신발제조 업체가 만든 계측기가 설치돼 다리의 폭과 길이, 발목의 뒤틀림 정도, 관절의 움직임을 측정할 수 있다고 합니다. 측정된 데이터는 3D프린터로 깔창 등을 제조하는데 사용됩니다.
이처럼 일본 의류·신발 업계가 3차원 측정 분야에 관심을 두는 것은 온라인 유통업체들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넷 쇼핑몰에 잇따라 고객을 뺏기면서 고객 확보를 위해 과거 양복점 등 맞춤 의류제작 업체들의 영역으로 뛰어들고 있는 것입니다. 소재와 색상 선택 등에서 고객과의 접점이 넓어지는 효과도 있다는 분석입니다. 또 앞으로 맞춤형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주문 상품이 확대될 경우, 재고관리 측면에서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의류 판매업체가 공격적으로 맞춤형 서비스에 도전하고 나선 점도 오프라인 업체들을 자극했습니다. 일본의 온라인 의류판매 업체 조조는 지난해 스마트폰을 이용해 체형을 자동으로 측정해 체형에 맞는 제품을 추천하는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매장에 가지 않고도 자신에게 맞는 사이즈의 제품을 찾는데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아직 프로그램 정확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없지 않지만 온라인 판매의 단점을 극복하는 시도라는 평이 주를 이뤘습니다. 그만큼 기존 오프라인 업체들의 긴장도 높아졌습니다.

표준형 제품을 대량 생산해 판매하던 의류사업의 기존 사업모델도 존폐의 기로로 접어드는 모습입니다. 과거 공상과학 만화에선 자동 신체 측정기에 사람이 들어가면 옆에 설치된 기계에서 곧바로 맞춤형 의복이 제작돼 나오는 장면이 그려지곤 했는데요. 막연한 상상으로 여겨지던 미래 사회의 모습이 어느 순간 자연스러운 일상의 한 모습으로 등장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