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고위직들이 총출동해 트럼프 대통령의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 해임설을 진화하고 나섰다. 폭발성이 강한 이슈인 데다 극도로 불안한 미 금융 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다. 트럼프 대통령과 파월 의장의 회동도 추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선 해임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Fed 이사로 강등시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 겸 예산국장은 23일(현지시간) ABC방송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Fed 의장을 해임할 수 없다는 걸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멀베이니 대행은 그러면서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폴 볼커 당시 의장에게 대놓고 금리 인하를 요구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허핑턴포스트는 “멀베이니 대행의 발언은 파월 의장 해임이 현실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한때 해임을 논의한 걸 인정한 것처럼 보인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대통령 보좌진이 몇 주 내로 트럼프 대통령과 파월 의장의 만남을 추진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11월 파월을 의장에 지명한 뒤 제대로 만나 대화한 적이 없다. WSJ에 따르면 몇몇 보좌진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파월 의장이 결국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트위터를 통해 “파월 의장 해임이 추진된 바 없다”고 했던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이날 JP모간체이스, 골드만삭스, 씨티 등 미국 6대 은행 최고경영자(CEO)와 통화했다고 밝혔다. 그는 “CEO들이 대출에 필요한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확인했다”고 전했다. 파월 해임설뿐만 아니라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주가 급락 등으로 혼란에 빠진 시장을 안심시키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하지만 일부에선 므누신 장관이 6대 은행 CEO들과 통화한 것이 불안을 부추길 수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마켓워치는 “금융위기의 걱정스러운 기억을 되살리게 한다”며 “므누신 장관이 그 정도로 걱정한다면 투자자들도 똑같이 걱정해야 할 일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 “Fed 의장 해임 불가…트럼프 대통령도 알아”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 “Fed 의장 해임 불가…트럼프 대통령도 알아”
연방정부 셧다운도 내년 초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멀베이니 대행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며칠 내로 상황이 풀릴 가능성은 없다”며 “셧다운이 올해를 넘어 (내년 1월3일 개회하는) 새 의회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파월 의장이 해임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해임이 강행된다면 엄청난 파장이 불가피하다. 공화당 소속 리처드 셸비 상원 세출 위원장(앨라배마)은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주의해야 할 것”이라며 “Fed는 독립적 기관으로 남아야 한다”고 말했다.

Fed의 독립성이 훼손되면 미 달러와 채권은 신뢰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대통령 뜻에 따라 Fed가 돈을 찍어낸다면 달러표시 자산가치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포토맥리버캐피털의 마크 스핀델 최고투자책임자는 “Fed가 백악관의 정치적 수단이 된다면 달러가치는 떨어지고 국채금리는 상승하며 증시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피터 콘티 브라운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의장직에서 내치지는 못해도 이사로 강등시킬 수는 있다”고 말했다. 의장으로서 파월 임기는 2022년 초까지 4년이고, Fed 이사 임기는 2028년까지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