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투자자산 80兆 넘는데…방치된 국민연금 뉴욕사무소
미국 뉴욕 금융시장엔 거센 폭풍이 불고 있다. 지난주 뉴욕증시는 다우 등 주요 지수가 6~8% 폭락하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한 주를 기록했다. 채권시장에서 10년물 미 국채 금리는 지난 한 달간 연 3%대에서 연 2.7%까지 급락했다.

하지만 뉴욕 맨해튼 한복판인 590 매디슨가에 자리잡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뉴욕사무소는 고요하다. 북미 시장에 투자해놓은 80조원 이상의 자산을 책임질 담당자들이 하나둘씩 떠났지만 빈 자리는 채워지지 않고 있어서다.

고성원 전 뉴욕사무소장은 지난 6월 말 전주 본사로 귀임한 직후 사임했다. 후임자 발령이 없어 6개월째 차장급이 대행을 맡고 있다. 1년 넘게 공석이던 기금운용본부장(CIO)이 임명되면 가장 먼저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지난 10월 안효준 CIO가 부임한 뒤에도 소식이 없다.

게다가 최근 뉴욕사무소에서 부동산 투자를 총괄해온 차장급 담당자도 미국의 한 자산운용사로 이직했다.

지난 10년간 뉴욕 자산운용업계는 호시절을 누렸다. 주식 채권 부동산 등 어떤 자산에 투자했어도 다 좋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 시장은 요동치고 있다. 미 중앙은행(Fed)이 줄기차게 금리를 올리는 가운데 무역전쟁 등의 우려가 커져 증시는 벌써 고점 대비 20% 안팎 폭락했다. 경기 침체 우려가 짙어지면서 내년 걱정은 더 크다. 커다란 변곡점을 맞은 셈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국민연금은 한국의 기금운용본부뿐만 아니라 해외 자산 운용의 중심지인 뉴욕사무소 주요 직책도 다 비워놓고 있다. 월스트리트에선 자산 650조원 규모의 국민연금을 이렇게 방치하는 데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온다.

국민연금은 미국에 투자한 자산이 많다. 해외 투자자산 200조원의 40% 이상을 북미 시장에 투자했다. 게다가 현재 20% 미만인 해외주식 투자 비중을 2023년 30%로 늘릴 계획이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국민연금 개편과 관련해 네 가지 시나리오를 담은 안을 발표했다. 어느 안을 채택하더라도 국민연금 고갈 시기를 늦출 수 없다. 투자자산 운용마저 이런 식으로 방치한다면 과연 미래에 국민에게 더 돌려줄 게 남아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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