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에서 ‘지하’경제가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정부의 세금징수를 피해 암암리에 이뤄지는 마약거래, 성매매, 도박 등을 지칭하는 ‘지하경제’가 아니라 단어의 뜻 그대로 ‘지하(地下)’에서 거래가 성사되는 경제활동을 말하는 것입니다. 긴자역, 히비야역 등 도쿄도심 7개 지역의 지하상가가 그물망처럼 서로 얽히고 연결되면서 지하 보행자가 크게 늘어난 것입니다. 도쿄역 주변 지하상가의 경우, 매출규모가 톱클래스 백화점에 필적하는 수준이라는 전언입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긴자역, 히비야역, 오테마치역, 유락초역 등 도쿄역 인근 7개역의 지하도와 지하상가가 그물망처럼 얽히면서 이 지역에서만 총 18㎞ 길이의 지하 상권이 구축돼 유동인구가 크게 늘고 있습니다. 일본을 방문한 관광객과 일본인들의 도보 이용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도쿄 도심지역 재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대형 빌딩이 잇따라 들어섰고, 자연스럽게 지하로 서로 연결된 신흥 상권이 마련됐습니다. 도쿄역을 중심으로 한 지역에서 일본 최대의 ‘지하 경제권’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 니혼게이자이신문의 평가입니다. 도쿄역 주변에만 약 2800개의 레스토랑이 자리 잡고 있는데 이 중 1300여개의 점포가 지하에 있습니다. 도쿄역 지하상가의 매출은 일본 최고급 백화점 매출에 필적할 수준에 이른다고 합니다.

지하상권은 계속 확대될 전망입니다. 부동산 개발업체 미쓰비시지소가 도키와바시 지역 재개발에 나서면서 그동안 지하로 연결되지 않았던 도쿄역과 니혼바시역 지하공간을 연결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고 합니다.

일본 최초의 지하상가는 1930년에 우에노역에서 마련됐다고 합니다. 도쿄역에 지하도가 들어선 것은 1937년으로 마루노우치빌딩과 도쿄역을 연결하는 100m 길이 터널로 시작했다고 합니다. 도쿄역 인근이 지하도가 생긴지 80여년 만에 새로운 지하 상권의 중심지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일본 ‘지하’경제가 앞으로 어떤 형태로 발전을 이어갈지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