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비상장 스타트업들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추정 기업가치가 1000억 원이 넘는 ‘준척’이상 기업 수가 최근 1년 새 두 배 이상 늘었다는 소식입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창업 20년 이내 153개 주요 기업의 기업 가치를 분석한 결과, 추정 기업가치가 100억 엔(약 998억 원)을 넘는 기업수가 47개로 지난해(22개) 대비 2.1배 증가했습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일본벤처캐피탈(VC)협회의 협력을 얻어 기업 경영 및 재무상황 등을 종합 분석한 결과, 인공지능(AI)과 금융·정보기술(IT)이 융합된 핀테크 분야를 중심으로 일본 스타트업의 가치가 크게 늘었다는 설명입니다.

일본 스타트업 중 기업가치가 가장 큰 것으로 평가받은 업체는 AI전문 개발사인 프리퍼드네트웍스라는 회사로 기업가치가 2402억 엔(약 2조3983억 원)에 달했습니다. 딥러닝 기술을 활용한 기계제어 및 의료진단 실용화를 추진하고 있으면 도요타자동차, 히타치제작소, 주가이제약 등 일본 대표업체들로부터 투자를 받았습니다.

기업가치 2위(801억 엔)인 전력관리 시스템 개발업체인 파네일도 AI가 전력수급 예측을 하고, 전기요금 체계를 자동으로 만드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도쿄전력 등 대형 전력사들과 잇따라 계약을 맺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기업가치 평가 3위 업체인 ‘freee(사명이 영어 단어 free에 e자가 하나 더 추가됐습니다.)’를 비롯한 핀테크 업체들의 약진도 눈에 띈다고 합니다.

이처럼 최근 1년 새 높은 평가를 받는 일본 스타트업이 늘어난 것은 혁신적인 스타트업들이 일본의 산업구조를 바꿀 수 있다는 기대에서 투자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시장조사업체인 재팬팬처리서치에 따르면 올 1~6월 일본 스타트업의 자금조댈액은 1732억 엔(약 1조729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가까이 늘었다고 합니다. 올 해 전체로는 자금조달액이 처음으로 4000억 엔대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입니다.

다만 일본의 스타트업 성장세는 미국 등 해외 경쟁국에 비해선 미미하다는 평가입니다. 미국의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올해 1000억 달러(약 113조원)를 넘어설 전망이어서 일본의 30배 가까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업 가치 10억 달러(약 1조1327억 원)이상의 소위 ‘유니콘’기업수도 미국이 140개, 중국이 80개인 반면 일본은 프리퍼드네트웍스 단 하나에 불과하다는 지적입니다.

기존 대기업과 중견기업, 중소기업의 계서제적 구조가 공고하게 구축돼 있다고 평가받았던 일본 경제에서도 최근 사회의 주목을 받는 스타트업이 빠르게 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스타트업 본고장 미국에 비할 바는 안 되겠지만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일본 스타트업의 행보도 주목할 가치가 충분하다는 생각입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