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개막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주인공 가운데 한 명은 사우디아라비아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였다.

무함마드 왕세자가 사우디아라비아의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사건의 배후로 지목되면서 국제적 비판대에 놓인 상황에서 G20 정상들이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지에 관심이 쏠렸다.

일단 개막일 상황만 보면 무함마드 왕세자가 인권침해 논란으로 각국 정상의 냉대를 받을 것이라는 일각의 관측은 빗나간 모양새다.

주요 외신들은 무함마드 왕세자와 각국 정상들의 다소 의례적인 악수 장면 하나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했다.

핵심 산유국이자 미국의 주요 '무기 구매처'인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제적 위상을 무시하기 어렵다는 냉정한 국제정치 현실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서방진영으로선 수니파 맹주 사우디가 시아파 맹주 이란을 견제하는 '전략적 축'이라는 점도 무시할 수 있는 대목이다.

AFP통신은 "무함마드 왕세자가 국제사회에서 따돌림을 받는 상황은 전혀 연출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무함마드 왕세자를 누구보다 극진히 환대한 인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었다.

특히 푸틴 대통령과 무함마드 왕세자는 하이파이브하듯 반갑게 악수했고, 회의장에서는 나란히 앉아 웃으면서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연출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리더격인 사우디아라비아와 OPEC 비회원국인 러시아가 원유 감산에 대해서도 논의를 이어가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다자외교 무대에서 한층 친분을 과시한 셈이다.


일각에선 영국에서 발생한 '이중스파이 암살시도 사건'의 배후로 러시아 정부가 지목된 것과도 무관치 않겠느냐는 해석이 나온다.

관련 의혹을 일축하는 푸틴 대통령으로서는 '카슈끄지 사태'로 코너에 몰린 무함마드 왕세자와 일종의 공감대가 있지 않겠느냐는 뜻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무함마드 왕세자와 가벼운 환담을 했고, 별도의 회담 가능성도 열어뒀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우린 어떤 논의도 하지 않았다.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사장에서 무함마드 왕세자와 묘한 미소를 주고받기도 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과 무함마드 왕세자가 개막 행사에서 사교적인 인사말을 주고받은 게 전부"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고 CBS 방송은 전했다.

앞서 사우디는 G20 개막 직전 150억 달러(약 16조8천억 원) 규모의 록히드마틴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도입하기로 한 바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무함마드 왕세자에게 다소 직설적인 언급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대통령궁은 "마크롱 대통령은 '카슈끄지 사태에 대한 국제적 조사에 유럽연합(EU) 차원에서 참여하고 싶다'는 입장을 전하고 예멘 사태의 정치적 해결의 필요성도 강조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AFP통신은 설명했다.

이와 관련, 마크롱 대통령과 무함마드 왕세자가 5분간 나눈 대화 가운데 1분가량이 동영상으로 공개되기도 했다.

동영상에 따르면 무함마드 왕세자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자, 마크롱 대통령은 "나로서는 걱정된다"고 답변했다.

이어 마크롱 대통령이 "당신이 결코 내 말을 듣지 않는다. 저는 한 입으로 두말하지 않는다"고 지적하자, 무함마드 왕세자는 "당신 말을 들을 것이다. 물론이다"라고 받아쳤다.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마크롱 대통령은 (카슈끄지 사태와 예멘 전쟁 범죄를 다루겠다는) 본인의 약속대로 무함마드 왕세자에게 발언한 것처럼 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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