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독자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베이더우(北斗)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올해 최소 18기의 위성을 쏘아올리기로 한 중국은 이달에만 두 기를 발사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한창인 가운데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참여국에 GPS 정보를 수출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GPS 패권' 야심 드러낸 中…위성 40기 쏘아올린다
한국 등은 항공기와 선박 운항 등에 필요한 위치 정보를 미국 GPS를 활용해 얻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정보 노출을 막고 군사력 확장 등을 위해 GPS 독립을 추진해 왔다. 중국은 베이더우를 활용해 군사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자율주행자동차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도 미국과 경쟁할 채비를 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해 ‘갈릴레오’ GPS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유럽연합(EU)과 독자적으로 ‘미치비키’ 프로젝트를 시작한 일본도 중국의 관련 시장 진출에 긴장하고 있다.

2020년 중국 주도 GPS 완성

블룸버그통신은 26일 “중국이 미국 GPS 의존을 줄이기 위해 2020년까지 자체 GPS 구축에 최소 90억달러(약 10조1500억원)를 투입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은 지난 19일 쓰촨성 위성발사센터에서 운반로켓을 발사해 베이더우 위성 2기를 추가로 궤도에 올리는 데 성공했다. 2020년까지 최소 11기의 위성을 더 발사해 40기 이상 위성으로 전 세계를 포괄하는 베이더우 GPS를 완성할 계획이다. 중국 정부는 미국이 GPS를 군용 항공기 운항이나 순항미사일 유도 등에 쓰고 있어 유사시 GPS 신호를 끊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독자 시스템 구축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베이더우 GPS는 상용화 단계에 이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중국은 2000년 초기 시스템 운용을 시작해 2012년 아시아·태평양으로 운용 범위를 확장했다. 작년엔 중국상용항공기공사(COMAC)가 최초로 베이더우를 탑재한 민항기를 내놨다.

GPS를 사실상 독점해온 미국은 심각한 도전에 직면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베이더우 시스템이 완성되는 2020년이면 중국의 군사 정보 수집 능력이 1970년대부터 미국에 대항해 자체 GPS 글로나스를 운영해 온 러시아와 비슷한 수준에 오를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미국 잡지 내셔널인터레스트 등은 북한의 장거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 베이더우 위성으로 유도된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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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S 주도권 경쟁 본격화

중국이 대규모 내수시장을 이용해 GPS 관련 산업 장악을 시도하는 것도 미국과 동맹국들에 큰 위협으로 떠오르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중국이 2020년대 세계적인 강대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핵심 프로젝트로 베이더우를 꼽았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판매된 삼성전자 스마트폰에도 베이더우 시스템이 들어갔다.

주변국에 수출도 추진하고 있다. 양창펑 베이더우시스템 수석설계사는 “2020년 일대일로 참여국을 중심으로 범지구적 서비스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지방정부는 지난 8월 3만3500대의 택시 중 절반가량에 베이더우 GPS를 설치하도록 했다.

미국의 군사 동맹인 EU와 일본 역시 자율주행차 등 산업 육성을 염두에 두고 독자 GPS를 구축하고 있지만 중국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은 지난해까지 4기의 위성을 쏘아올렸고 이달 시스템을 가동했다. EU의 갈릴레오 GPS 시스템은 2016년 시범운영을 시작했으나,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등의 여파로 2020년 시스템을 완성한다는 목표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