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신저, 시진핑 이어 외교·국방·경제 최고 책임자까지 연쇄 회동
中, 미국에 화해 시그널 보내나…키신저 '특사 대접' 환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 이어 외교, 국방, 경제 최고 책임자까지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과 회동하는 등 중국이 키신저 전 장관을 극진히 환대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는 사실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특사를 능가하는 의전으로, 이달 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미중 정상 간 담판을 앞두고 중국이 화해의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미중이 무역·외교·군사 문제에서 날카롭게 대립하는 가운데 1971년 중국 베이징(北京)을 극비리에 방문해 미중 정상회담을 성사시켰던 키신저 전 장관이 구원 투수로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12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 등에 따르면 키신저 전 장관은 지난 7일 베이징에서 시 주석을 접견한 데 이어 지난 10일까지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왕치산(王岐山) 국가 부주석, 쉬치량(許其亮)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 류허(劉鶴) 부총리를 각각 만났다.

왕 부주석은 중국 외교문제를 총괄하고 류 부총리는 대미 무역협상 사령탑인 데다 쉬 부주석 또한 대미 군사 관계를 전담하고 있어 키신저 전 장관과 회동은 큰 주목을 받았다.

왕 부주석은 지난 10일 중난하이(中南海)에서 키신저 전 장관과 회동한 자리에서 "중미 수교 40여 년간 양국 관계가 고초를 겪었지만 전반적으로 볼 때 진전이 있어 양 국민에 큰 이익을 주고 세계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中, 미국에 화해 시그널 보내나…키신저 '특사 대접' 환대
왕 부주석은 "역사가 보여주듯이 상호 존중과 평등한 협상, 호혜 협력이 유일하고 정확한 선택"이라면서 "중미 양국은 시대에 순응해 상호 이해를 강화하며 양국간 이견을 적절히 관리해 새로운 양국 관계 발전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키신저 전 장관은 "미중 양국의 공동 이익이 갈등보다 더 크다"면서 "평등한 대화와 협상을 통해 양국 관계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류 부총리 또한 키신저 전 장관을 만나 "중미 관계의 안정적인 유지는 양 국민과 세계의 근본 이익에 부합한다"면서 "중미 양국이 평등과 존중의 원칙 속에 경제무역 등의 문제를 잘 처리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쉬 부주석도 키신저 전 장관에게 미중관계의 중요성을 역설하면서 양국 관계의 발전을 위해 힘써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시 주석은 키신저 전 장관을 접견한 자리에서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기로 했다는 점을 공식화하고 '상호 양보'를 구체적으로 언급함으로써 미국의 요구를 어느 정도 선에서는 수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베이징 소식통은 "키신저 전 장관의 방중은 G20 기간 시진핑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의 회동을 앞두고 최대한 부드러운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는 미중 정상 간 담판에서 성과가 나올 수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