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외무차관 "새로운 성격의 대응 불가피…광범한 국제사회 반발 야기"
상원 국제문제위원회 위원장 "뉴스타트 조약 갱신 전망 망치는 일"
러 "美 INF 파기 매우 위험"반발…"핵탄두 상한조약에도 악영향"
러시아 정부는 21일(모스크바 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거리 핵전력 조약'(INF) 파기를 언급한 데 대해 매우 위험스러운 조치로서, 국제사회의 규탄을 부를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대미 관계와 군비통제 문제를 담당하는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교차관은 이날 타스 통신에 "우리는 협박을 통해 국제 안보와 핵안보, 전략적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문제에서 러시아의 양보를 얻어내려는 (미국의) 지속적 시도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조약 탈퇴는 안보와 안정성에 헌신하고 현 군비통제 체제 강화를 바라는 국제사회의 심각한 비난을 불러일으킬 아주 위험한 행보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전날 네바다 주 엘코를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과 만나 "모스크바(러시아 정부)가 합의를 위반했다"면서 "협정을 폐기하고 탈퇴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랴브코프 차관은 '러시아가 조약을 위반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반박했다.

그는 "러시아는 INF를 위반하지 않았고 엄격히 지켰다"면서 "미국이 여러 해 동안 노골적으로 INF를 위반하는 것을 지적하면서 그것을 참아왔다"고 주장했다.

랴브코프 차관은 미국이 군사적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INF를 파기하려는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그는 "우선, 미국이 군사적으로 완전한 지배를 추구하는 데 INF가 걸림돌이 되는 게 분명하다"고 단정하면서, "건전한 토대 위에서 우리와 협상할 능력이 안 되고, 할 의사도 없기에 미국 정부 내 어떤 세력들이 국가 수뇌부가 INF 탈퇴 결정을 하게끔 밀어붙인 게 분명하다"고 추측했다.
러 "美 INF 파기 매우 위험"반발…"핵탄두 상한조약에도 악영향"
랴브코프는 트럼프의 발언에 대한 러시아의 대응에 대한 질문에 "미국의 의도에 대한 구체적 정보를 얻어야 하고 뒤이어 상황을 평가한 뒤 결정해야 한다. 감정적으로 그러한 결정을 내려선 안 된다"고 답했다.

그는 "오늘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모스크바에 도착한다"면서 "내일과 모레 그를 만난 자리에서 미국 측이 어떤 조처를 하려는지 더 구체적이고 명확한 내용을 들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랴브코프 차관은 자국 리아노보스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도 "미국이 계속해 일방적으로 국제협정에서 탈퇴한다면 러시아는 새로운 성격의 조치를 포함한 대응 조치를 취할 것"이라면서 "하지만 여기까지 이르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조야하고 거친 미국의 정책은 여러 나라와 광범위한 국제사회에서 점점 더 많은 반발을 불러 일으키고있다"면서 "미국은 이러한 분위기를 과소평가해선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외교부 소식통은 타스 통신에 "미국은 여러 해에 걸쳐 의도적이며 점진적으로 (INF) 조약의 기반을 훼손하면서 이 방향(조약 폐기)으로 걸어왔다"면서 "주요 동기는 (미국이 주도하는) 단극 세계에 관한 꿈이지만 그것이 실현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 의회도 비난 대열에 가세했다.

콘스탄틴 코사체프 상원 국제문제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략적 안정성 분야의 핵심 협정 2개 참여국 가운데 하나인 핵강국(미국)이 일방적으로 협정을 파기하려 하고 있다"면서 "이것이 현실화하면 그 결과는 진실로 재앙적인 것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INF 파기는 2021년 만기되는 '뉴스타트'(New Strategic Arms Reduction Treaty·신전략무기감축협정) 연장 전망을 모든 면에서 망가뜨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스타트는 미국과 러시아가 보유할 수 있는 핵탄두의 수에 상한을 두는 조약으로 2010년 체결돼 2021년 만료를 앞두고 갱신이 필요한 상황이다.

레오니트 슬루츠키 하원 국제문제위원회 위원장은 "INF 탈퇴는 전 세계 군축 과정에 거대한 지뢰를 설치하는 것"이라고 비판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 보좌관의 방러에 앞서 흥정을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