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약속 안지켜"
강대국 군비경쟁 격화 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유세를 위해 방문한 미국 네바다주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INF 협정을 파기하고 탈퇴할 것”이라며 “러시아와 중국이 전력을 강화하는 마당에 미국만 조약을 준수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들이 (핵)전력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뉴욕타임스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2일 모스크바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미국의 INF 파기 계획을 통보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INF는 1987년 로널드 레이건 미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옛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맺은 군축 조약으로, 사정거리 500~5500㎞ 중·단거리 탄도 미사일 생산과 개발·실험·배치 등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조약은 냉전시대 군비 경쟁을 종식시키고 군축으로 전환하도록 한 중요한 문서로 꼽힌다.
그러나 미국은 지난해 2월 러시아가 INF 조약을 위반하고 ‘SSC-8’ 순항미사일을 실전 배치했다고 비판했다. 러시아가 이 미사일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에 예고 없는 핵 공격을 가할 수 있다는 게 미국 측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INF를 파기하려는 또 하나의 배경은 중국이다. 중국은 INF 조약국이 아니어서 제약 없이 중거리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중국이 서태평양 영향력 확대를 위해 중거리 핵미사일들을 배치하고 있지만 미국은 INF 때문에 이에 맞설 신무기 개발을 할 수 없다는 점을 트럼프 행정부가 불만스러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교차관은 이날 타스통신에 “(조약 파기가) 군비통제 체제 강화를 바라는 국제사회의 심각한 비난을 불러일으킬 아주 위험한 행보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춘호 선임기자 ohhc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