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ETF 수익 2000만원 넘으면
종합과세 적용 받아 '세금 폭탄'
ISA 못 만들고 건보료 더 내야
해외 ETF, 22% 양도세가 전부
분산투자 규정 등 역차별 규제
서학개미 늘어나는 '근본 원인'
연봉 1억원을 받지만 무주택자인 30대 후반 A씨는 주식 투자로 돈을 모으기로 하고 국내에 상장된 해외 투자 상장지수펀드(ETF)를 매수했다. 1년여 투자 끝에 5000만원의 차익을 거둔 그는 갑자기 날아든 ‘세금폭탄’에 깜짝 놀랐다. 국내 운용사가 출시한 ETF여서 국내 주식과 같은 비과세라고 생각했으나 졸지에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가 됐기 때문이다.
그는 “국내 상장 ETF의 세금이 해외 상품보다 무겁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며 고개를 저었다.
◇ “30년전 제도로 국내 ETF 옭아매”
국내 ETF 시장 규모가 300조원을 넘어섰지만 국내 상장 ETF와 해외 상장 ETF를 차별하는 과세체계 등 제도적 과제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A씨가 매매차익 5000만원에 대해 납부해야 하는 세금은 1412만원에 달한다. 2000만원까지 배당소득세 15.4%(지방소득세 포함 308만원)가 부과되지만, 나머지 3000만원엔 근로소득과 합산돼 금융소득종합과세율(24~35%)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 3000만원에 대해서만 약 1104만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는 의미다. 이뿐만 아니다. 종합과세 대상자로 분류되기 때문에 향후 절세를 위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개설할 수 없다. 건강보험료 역시 월 20만원씩 더 납부해야 한다.
A씨가 해외에 상장된 비슷한 ETF를 매수했다면 어땠을까. 5000만원에서 250만원의 기본공제를 제외한 4750만원에 대해 22%의 양도소득세(1045만원)만 내면 끝이다. 세금이 적은 데다 ISA는 물론 건강보험료 산정에도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게다가 국내 상장 ETF는 배당소득세 부과 대상인데도 올해부터 시행되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제도에서 제외됐다. 증권사 관계자는 “1990년대 만들어진 징벌적 과세 제도로 국내 ETF를 옭아매는 것은 해외 ETF와의 형평성 차원에서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 세제·규제가 해외투자로 떠밀어
해외 주식형 ETF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니다. 금·은 등 귀금속, 원유 등 원자재, 국내 주식 중 커버드콜·레버리지·인버스, 국내 채권형 ETF 등에서 2000만원 이상 매매차익을 내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된다. 특히 모든 커버드콜 ETF는 콜옵션 등 파생상품이 포함됐다는 이유로 국내 주식형으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
수익이 커질수록 해외 상장 ETF에 유리해지는 현행 제도가 개인투자자를 해외로 떠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4분기 서학개미의 해외 주식 순매수 금액은 138억8583만달러(약 20조956억원)에 달했다. 직전분기(35억3589만달러)의 약 4배, 2분기(18억6238만달러)보다는 7배 급증했다. 단일 ETF 순매수 기준으로도 ‘뱅가드 S&P500’(VOO) 13억8425만달러, ‘인베스코나스닥100’(QQQM) 11억5960만달러 등 뭉칫돈이 쏠린 상품이 적지 않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국내 상장된 해외 주식형 ETF 역시 한국 ETF 생태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며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TF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과 다양성 확대를 위해선 세제뿐만 아니라 규제를 대폭 풀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조언이다. 액티브 ETF 상관계수(0.7 이상) 규제, 분산투자 규정 등이 대표적이다. 액티브 ETF의 경우 현행 규정상 편입 종목 중 70% 이상이 기초지수와 똑같이 움직여야 한다. 운용역 재량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주식형은 10개 종목, 채권형은 3개 종목 이상을 담아야 하는 분산 규제도 다양성과 수익률을 낮춘다는 지적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