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가 대규모 달러화 표시 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미국과의 관계 개선 조짐으로 시장 분위기가 위기 국면에서 돌아섰다는 분석이다. 발행 물량의 세 배에 달하는 뭉칫돈이 밀려들면서 다른 신흥시장에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CNBC 등에 따르면 17일(현지시간) 터키가 20억달러 규모로 발행한 5년 만기 국채에 60억달러를 웃도는 자금이 몰렸다. 발행 금리도 연 7.5%로 당초 예상했던 수준보다 0.25%포인트 낮게 결정됐다. 터키 재무부는 “발행 채권의 60%는 미국 투자자들이, 23%는 영국, 11%는 유럽, 5%는 터키, 1%는 다른 지역 투자자들이 매입했다”고 밝혔다.

터키 금융시장은 지난 8월 초부터 이어온 혼란에서 극적으로 벗어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정부는 터키에 장기 구금 중인 자국 목사 앤드루 브런슨 석방 요구를 터키가 거절하자 철강 고율 관세 등 제재를 가했다. 이 같은 조치는 미 금리인상과 맞물려 달러 유출을 촉발해 리라화 가치를 연초 대비 40%까지 떨어뜨리고, 인플레이션을 심화시키며 터키를 위기 국면으로 내몰았다. 그러나 브런슨 목사 석방과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아라비아 영사관에서 실종된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사망 사건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특히 카슈끄지 사건이 불거진 지난 8일 이후 17일까지 달러 대비 리라화 가치는 10%가량 뛰었다. 터키는 정보 당국이 수집한 정보를 언론에 흘리며 사우디의 살해 혐의를 대충 묻으려는 미국과 사우디 당국을 동시에 압박하고 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