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결 임박설이 돌던 영국과 유럽연합(EU)의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이 다시 교착 상태에 빠졌다. 내각 반발로 정치적 위기에 처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측이 협상 조건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17일 EU 정상회의 때 협상 타결을 발표하려던 계획은 일단 물거품이 됐다.

BBC 등에 따르면 1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미셸 바르니에 EU 측 협상 대표와 긴급회담을 한 도미닉 랍 영국 브렉시트부 장관은 “내각 반발 때문에 EU의 협상안은 애당초 성공할 가능성이 없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바르니에 대표는 “열심히 노력했지만 몇 가지 주요 쟁점이 여전히 남아 있다”며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사이의 ‘하드 보더’(엄격한 통제 하의 물리적 국경)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브렉시트 초안을 마련하기로 했던 계획은 17일 EU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까지 잠정 중단됐다.

영국과 EU가 막판까지 조율하지 못한 쟁점은 북아일랜드의 EU 관세동맹 잔류 문제다. EU는 브렉시트로 영국이 EU 관세동맹에서 빠져나가도 북아일랜드 지역은 관세동맹에 남아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영국은 그럴 경우 관세동맹에서 빠지는 영국과 북아일랜드 간에 교역상의 국경 설정 문제가 생긴다며 반발했다. 결국 메이 총리가 북아일랜드를 포함한 영국 전체가 브렉시트 후에도 한시적으로 관세동맹에 남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 제안도 EU 측으로부터 너무 영국 편의주의적 발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양측은 영국과 북아일랜드의 한시적 잔류에 잠정 합의했으나 이번엔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간에 교역상의 국경을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은 런던 시간 기준 내년 3월29일 밤 11시(EU 본부 브뤼셀 기준 30일 0시) EU에서 자동 탈퇴한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